갈옥세설(褐玉世說)

알고보니, 독한 놈이 아니라 이상한 놈이었네.

褐玉 2009. 6. 17. 13:48


참, 이렇게 황당하긴 또 오랜만이네...

대개, 사건이 나면 대충 '아~ 그랬고만...' 하고 감이 잡히기 마련이다. 몇 차례 있었던 개그맨의 강간미수 혹은 강간 사건 때도 그랬고, 그 외 술먹고 폭행하거나 치정사건 등등.. 연예인들이 일으키는 사건이래봤자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는 거니까.

술 먹으면 개 되는 인간은 어딜가나 있게 마련이고, 주먹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순간적인 욕구를 참지 못해 사고치는 거야 어쨌든 정황상 계산이 나오는 일인 것이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완벽할 순 없으니, 그 행위를 나무랄 망정 황당함을 느끼기까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도 내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하등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곽한구는 참 이상한 사건을 하나 터뜨렸다. 뜬금없다고 해야 되나, 생뚱맞다고 해야 되나. 난 처음에 기사가 뜬 거 보고 또 연예기자 나부랭이들이 낚시질 하는 건 줄 알았다. 멀쩡하게 일요일 마다 개콘에 나와서 잘 활동하고 있는, 아니 이제 한참 떠서 잘 나가고 있는 곽한구가 뭔 벤츠를 훔쳐서 타고 댕기다가 잡혔단 말인가. 퍼뜩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기사가 한 두 군데도 아니고 여기 저기 올라오는 거 보고서야 이거 진짜구나 생각했을 정도였다.

참 이해가 안 간다. 벤츠를 보면 타고 싶은 것이야 인지상정일 것이나, 그걸 훔쳐타고는 며칠 씩이나 다녔다니... 더구나, 뒷골목의 양선생도 아니고 매주 TV에서 얼굴을 보는 유명인이... 아니, 설사 도벽이 좀 있다해도 한번 훔쳐서 타고 달아났다가 한 길에 아무데나 세워두고 도망이라도 쳤다면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패턴이었을 것이다. 전문 꾼이 아닌 이상, 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버젓이 계속 타고 댕기다가 검문에 걸려서 잡히다니, 이건 도대체 어떤 의식상태일까. 안 잡힐 거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남의 물건을 훔쳐도 아무런 죄의식을 안 느끼는 이상성격자였던 걸까. 내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참 궁금하다.

아마도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인생에서 한참 물이올라 있을 시점인데 이런 어이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 더 더욱 이해가 안 갈 뿐이다. 돈이 궁한 것도 아닐 테고, 인생 막장 탄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한 것일까. 정말 타고난 개그맨이라서 자신의 인생을 개그화한 것일까...

뒷골목 양선생 복장을 하고서 개콘에서 '독한놈들'을 연기하는 곽한구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테고, 아마도 희극인으로서의 생명도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연예계 분위기로 봐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죄질이 심히 나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음주운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니까. 쩝,.. 강간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잘도 살고있긴 하더라만.

과연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이상한 놈이었던 것일까...

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