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얘기들

컴퓨터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다.. T&V Vertrag + 사블 Xtreme Audio

褐玉 2011. 4. 5. 11:54



그동안 꾸역꾸역 써오던 2.1채널 Jazz 스피커가 맛이 가버렸다. 나름 음악인(?)인데 소리 없이 살 순 없고... 하는 수 없이 정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인가?.. 스피커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수배하면서 한 가지 염두에 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몇 만원의 수준을 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오디오란 것이, 한번 심취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폐인되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곳 근처에는 그냥 얼씬도 안 하는 것이 최고의 방책인 것이다. 이 형편에 귀명인 돼서 뭣하리.. 나중을 기약하며.. 그냥 평범하게 '소리만 나오는' 스피커를 목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이란 도무지 컨트롤이 잘 안 되는 것이어서, 30만원대의 Stark을 며칠이나 곁눈질하다가 그냥 눈 질끈 감고 Vertrag으로 돌아섰다. 나의 인내심에 경외를... (차를 사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마티즈 풀옵이면 프라이드 기본 모델 사는데.. 에라 프라이드 했다가 그래도 필요한 옵션 몇개는 넣어야지 하고 옵션 몇개 끼워넣으면 아반떼 가격이 되고.. 그러다가 쏘나타까지 가는 것이다.. 웃기는 일 같지만, 영맨의 감언이설과 친절한 36개월 무이자할부까지 가세하면 조용히 지름신이 왕림하신다..)

5만원 남짓..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썼지만, 가격대성능비가 워낙 탁월하다고.. 인터넷을 초토화시킨 그 명품(?)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치킨 한번 안 먹으면 되는 일이다. (헐... 치킨과 스피커는 또 무슨 컴비네이션.. 조절이 안 되는 자가발전 이상한 정신세계.. 정신 차리고 본론으로.. 퍽..퍼퍽..)

이넘의 Vertrag(이제는 20년도 더 된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어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페어트락'이 될 듯), 가격의 두곱절 혹은 세곱절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독일업체인데 생산은 당연히 짱국. (독일에서 생산하면 이 가격이 나올 수 없겠지.. 어쨌거나 짱국에 감사.. -┎ )

소소한 버그(화이트 노이즈.. 인생은 뽑기다!)는 좀 있다고 하는데 그거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 하니 이넘을 내가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성능은 조금 더 좋은데 반해 가격은 두 배 이상인 Kurbis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쩝스.


박스는 제법 묵직하다. 나름 실한 내공을 덩치로 보여준다. 뭐, 까봐야 알겠지만..


여러 가지 색이 있는데, 까만색으로 했다. 좀 있어 보인다. 왠만한 소형 오디오 스피커 찜쪄먹게 생겼다.
무게도 제법 묵직하다. 2~3만원 짜리 컴퓨터용 스피커하고는 격을 달리한다는 것을 웅변한달까..ㅎㅎㅎ



앰프가 없는 위성스피커 뒷면 모습이다. 그냥 심플... 마감 품질은 가격대비 훌륭하다고 느껴진다.


비록 짱국제조품이지만 독일 브랜드라는 걸 표내고 싶었나 보다. 제길헐.. 이런 거 좀 짜증난다.. 떼야 하는데, 떼기가 귀찮다. 본드 자국 더덕더덕.. 생각만해도 짜증.. 일단 그냥 두고 쓰기로 한다. 혹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반품도 고려해야 하니깐.



컴터에 연결했다. 스피터 달랑 두 개라서 설치는 간단하다. 2.1채널 스피커.. 리모컨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던 거 생각하면 정말 상큼한 기분이다.. 책상이 말끔하다.

가슴을 졸이며 조심스레 음악을 틀었더니...

밍밍하다.. 좀 답답한 느낌도 들고.. 역시나 에이징 과정이 필요한가 보다. 5만원짜리 스피커에 무슨 에이징.. 하는 생각도 들지만, 먼저 쓴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일단 해봐야지..

지난 금욜 받아서는 며칠 스피커를 돌렸다. 오옷~ 과연 갈수록 음질이 좋아진다. 뭐 당근 기존 스피커하고는 음질이 다르다. 며칠 더 에이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괜시리 또 음질에 욕심이 난다. 스피커 수배하려고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사운드카드를 달면 소리 품질이 확 좋아진다는 글을 봐버린 것이다. 아... 이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생각하다가도 에라~ 사운드카드 있으면 계속 쓸 수 있는 거니까 한번 달아보자.. 하고 중고로 쓸만한 걸 하나 업었다.


그게, 사운드블라스터 Xtreme Audio.. 사블.. 얼마만에 듣는 이름이냐.. 사운드카드가 메인보드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난 이후, 한 10년 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존재였다. 아직도 사운드카드 만들어서 팔고있다.^ ^ 나같은 막귀들 때문에 그동안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다시 중흥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저렴한 비용으로 사운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스피커의 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사운드카드를 달아서 소스의 출력 품질을 올리는게 더 나을 거라는 나름의 얄팍한 생각...(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르겠고..)

익스트림 오디오를 달고 드라이버 깔고 설정했다. 드라이버 설치하는 게 좀 귀찮다. 뭐가 그리 많은지.. 그런데 소프트웨어 꼭 깔아줘야 한다. 음질 설정을 세세하게 할 수 있도록 돼있다. Creative 콘솔을 실행시키고 세팅을 좀 해준 후 음악을 들었다. 짜잔~~~

엥? 기대했던 만큼의 확 좋아진 사운드를 들을 수 없었다. 제기랄.. 헛지랄 한 것인가..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피부에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 뭐, 막귀라서 그럴 수도 있다. -.-a

일단, 하루이틀 정도 들어보기로 한다. 아무리 막귀라도 듣다보면 차이를 알겠지..하는 심정으로.. 그리고, 이틀 동안 같은 음반만 계속 들었다. 표적을 좁힐수록 차이를 잘 알 수 있을 테니..

그러고는 Xtreme Audio를 빼서 내장 사운드에 스피커를 연결해서 들어보았다.. 아.... 차이가 있다.. 역시 귀는 매우 교활한 감각이다. 좋은 것은 금방 못 알아채는데 나빠진 것은 금방 알겠다. 내장 사운드가 '그냥 스피커 소리'라면 Xtreme Audio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좀더 풍부하고 깊이감이 느껴진다. 음장감도 조금 더 있다. 뭐 사실 그냥 막 들으면 확 표날 정도는 아닌데 음악을 듣는다 하고 들으면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는 된다.

Xtreme Audio도 나름 그레이드가 있는 사운드카드인데, 확 달라진 정도는 아니다. 너무 많이 바란 건가? 아니면 막귀의 한계?... 사운드카드도 스피커에 따라 궁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돈 값 정도는 한다는 느낌이 든다. 5만원짜리 스피커에 더 이상을 바라면 그것도 좀...

아무튼, 이 정도에서 세팅을 마치고 여기서 그냥 음악생활(?)을 하려고 한다. 시각이나 후각 등에 비해 청각은 워낙에 까탈스런 넘이라 더 이상 빠져들면 답도 안 나온다. 화질 조금 더 좋은 TV를 위해 수백을 쓰는 사람은 드물어도, 조금 더 좋은 소리를 위해 수백을 쓰는 사람은 널려 있는게 이 바닥 아닌가. 귀가 고급스러워질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냥 여기서 그만! ^ ^

이상.. 느닷없는 스피커의 사망으로 오디오의 세계에 잠시 빠졌다가 다시 정신차린.. 갈옥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