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문안한 선택은 없다.
차가 한 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골목길에서 양쪽에서 차가 마주쳤을 때,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두 대가 지나갈 수 없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 대가 양보해야 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쪽에서 양보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개입돼 있다. 대개 원칙적으로는 나중에 진입한 차량이 양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원리원칙대로만 흐르게 돼있지 않다. 내가 먼저 진입했어도 상대방이 임전무퇴 낙장불입의 아줌마 드라이버라면 별 수 없이 내가 뒤로 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원칙만 따지고 버티고 있어봐야 상황을 알 길 없는 후속차량들의 클락션 소리만 듣게 될 뿐이다.
세상 일이 원칙대로만 되진 않아 원칙 외에 암묵적으로 서로 지켜야 할 사항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빼기 용이한 사람이 그냥 뺀다'는 것이다. 설사 먼저 진입했다손 치더라도 상대방 보다는 자기 쪽에 차를 비킬 수 있는 공간이 더 크거나 가깝게 있다면 용이한 쪽에서 양보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인사를 해주면서 무난하게 골목길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대선판에서 문씨와 안씨가 국민들에게 단일화를 약속하고 경쟁을 펼쳤다. 애초에 촉박한 시간에다, 상당수 겹치는 지지층의 구조로 인해 단일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임은 예상되는 바였다. 하지만 그 결정의 과정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는 아름다울래야 아름다울 수 없는 추잡한 판이 돼버리고 만 것이다.
사실 대선판에 별 흥미는 느끼고 있지 않은데, 그 하는 짓이 하도 너절해서 새삼 네거티브한 관심이 생기는 판이다. 쩝스.. 일이 이렇게 돼버린 것은 물론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시대의식이나 사명감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빵쪼가리 줏어먹으러 온 개미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멘~
아무려나,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으니 결판은 내야 한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으니 사실 방법이나 내용 따위들이 중요하지 않게 돼버렸다. 막말로, 죽지않으려면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여론 조사고 나발이고, 독재자 집안의 새언니가 왕권을 잡고나서 할 생각이 아니라면.
꼭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권력의지는 충분히 보았다. 그러니 이제 둘 중의 하나는 물러나야 할 시기인 것이다. 누가 적합하고 누가 아깝고는 지금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진작에 따졌어야지. 이젠 누가 물러날 것인가 밖에 안 남았다. 온 천지에 똥칠 다 해놓고 명분을 어디서 찾으려는 것인가.
딱 잘라 말하건대, 양보는 '할 수 있는 쪽에서 하는 것'이다. 그것이 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어차피 논리적이고 원칙적인 합의는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X같은 소리 그만하고, 뺄 수 있는 쪽에서 그냥 빼는 게 맞다. 그것이 진리이다.
억울할 수 있다. 이해한다. 아까울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죽자고 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내가 모자라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다. 어떤 쪽이 어른스러운지는 대중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니 찌질한 거 가지고 조잡한 짓 하지말자. 둘 다 없어보인단 말이다.
나에게 전화가 온다면 양보를 한 쪽에 한표를 던지겠다. 찌질한 놈은 찌질함의 댓가를 받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양보를 한 쪽이 선택을 받게 함으로써, 찌질함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릴 요량이다. 물론 승부에만 빠져 있으니 그런 판단을 할 겨를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적 선택이란 그런 것이다. 다 던질 때, 국민들이 알아서 건져 줄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을 믿지 못한다면 왜 나왔는가. 그냥 독재자 집안 딸ㄴ 밑에서 국민질하면 될 것을.
이미 늦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던져라. 던지는 자에게 복이 있을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