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6장
玄牝之門,是謂天地根。
綿綿若存,用之不勤。
<褐譯>
골짜기 신은 죽지않으니
거뭇한 암컷이라고 한다네.
거뭇한 암컷의 문,
그것을 천지의 뿌리라 한다네.
이어지고 또 이어지니
그 쓰임이 다하지 않는구나.
<褐解>
谷神不死,是謂玄牝。玄牝之門,是謂天地根。
무척 난해한 장이다. 문장 자체야 어려울 것이 없는데 너무 상징적이라 그 함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곡신(谷神), 현빈(玄牝)과 같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성을 강조해 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자의 이러한 여성성의 강조는 노자 전편에 걸쳐 다양한 변주를 통해 반복되는 것이어서, 이 6장의 내용 또한 그런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더욱 이해하기 난해한 장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골짜기(谷), 거뭇하다(玄) 등을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정확히 여성성의 이미지와 중첩된다. 드러나기 보다는 감추어진 것, 빤하게 보이기 보다는 뭔가 '있는 듯'한 것. 발산하기 보다는 수렴하는 것. 소모하기 보다는 생산하는 것. 강요하기 보다는 이해시키는 것. 위세를 떨치기 보다는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 등이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으로 향하는 문이며(門),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다(天地根).
綿綿若存,用之不勤。
綿綿은 '면면히 이어진다'처럼 지금도 쓰는 말이다. 끊기지 않고, 가늘게 그러나 분명히 이어지는 것을 형용하는 것으로, 이것은 앞서 표현된 '골짜기(谷)', '거뭇하다(玄)'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표현이다. 면면히 이어지니 분명 있는 듯하고,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다(不勤)는 것이다. 굉장히 시적인 표현을 통해 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보면 알겠지만, 노자에서 전편에 걸쳐 드러나는 이러한 여성성의 강조는 기실 매우 놀라운 것이다. 유사이래 인간의 역사는 남성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남성은 그들의 물리적 힘을 사냥이나 전쟁을 통해 끊임없이 발휘하며 인간세상의 사회구조 혹은 위계질서를 그들 위주로 세팅하여 그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인류문명의 대부분에서 이러한 양식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용되어 왔다. 수컷은 사냥을 하고 암컷은 새끼를 낳아 기르는 이러한 패턴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일반적으로 보이는 패턴으로, 그 자체로는 특별히 좋다 나쁘다 할 것이 없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을 선택해, 어쨌든 살아남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그와 같은 패턴이 형성된 것일 텐데, 문제는 인간이 원시의 상태를 벗어나 문명화되면서 그와 같은 일차적인 본능으로 형성된 성역할이 사회적 구조로써 고착화되어 갔다는 것이다. 사회라는 시스템의 보호가 남성의 완력을 대신할 수 있게 되었는데도 남성은 여전히 사회권력을 자신들의 것으로 독점하며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심지어 제도화해 왔다. 그 결과, 모든 좋은 것, 훌륭한 것, 바람직한 것은 남자의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설명이 되어 왔고, 모든 나쁜 것, 비루한 것,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여성의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설명이 되어 왔다.
도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노자가 여성성을 주요한 메타포로 설정했다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의 일반적 사유구조로 생각한다면 매우 혁명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과 권력을 독점한 주류 세계의 지식인이(그 당시에 글을 읽고 쓴다는 것 자체가 주류 지식인 계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사유의 가장 고차원적인 개념을 설명하면서 약하고 비루한 여성을 그 상징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그 사유방식이 얼마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노자가 남자라는 증거는 없다. 노자가 여자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노자는 전편이 시와 같이 간결하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가득한데, 그 중에서도 매우 상징적이고 함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장이 이 6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이 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라도, 매우 사변적이고 딱딱한 1장과 비교하면 이 6장이 얼마나 아름다운 싯구인가를 느낄 수 있다.
6장 끝.
노자 도덕경 왕필주 (老子道德經王弼注)
谷神不死,是謂玄牝。玄牝之門,是謂天地根。綿綿若存,用之不勤。
谷神,谷中央無。谷也,無形無影,無逆無違,處卑不動,守靜不衰,谷以之成而不見其形,此至物也。處卑而不可得名,故謂天地之根,綿綿若存,用之不勤。 門,玄牝之所由也,本其所由,與極同體,故謂之天地之根也。欲言存邪,則不見其形,欲言亡邪,萬物以之生。故綿綿若存也,無物不成,用而不勞也。故曰,用 而不勤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