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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한!치도 어긋남이 없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엔 시나리오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몇년 굴러먹고 살면 대충 통빡이 오는 그 시나리오는 정말 한치도 어긋남이 없어서 무릎 팍! 도사도 울고갈 초절정 신통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그닥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자 연기자가 자살한 우연한(?) 사건은 위험하게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던 대한민국의 뇌관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어.. 저러면 안되는데.. 저거 위험한데.. 우리 모두는 다소 어리둥절 했다. 뭐 그건 그전에 아무도 그걸 건드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이 그랬다더라. 주인공은 모르고 관객만 알고있어야 긴장감이 고조된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공의 평온한 얼굴과 동시에 주인공이 앉아있는 의자 밑에 장착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1초 1초 내려갈 때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그게 스릴러다. 사실 빵! 하고 터지는 것은 별로 무서운 것은 아니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공포감이 진짜 무서운 것이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경찰은 시시각각 조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영화 주인공이 죽지않을 것임을 알듯이 대한민국에서 몇년 굴러먹은 우리도 경찰이 쌩쑈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가당찮은 스릴러 행세는 결국 맥거핀으로 끝나버릴 것임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뭐, 역시나 빵이나.. 한치도 어긋남이 없이 각본은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하리라. 여자 연예인 하나 죽었다고 높으신 분들을 다 엿멕일 순 없는 것 아닌가. 그 분들이 어떤 분들인데.. 소송각오하라고 어깃장 한번 놓으면 날고기던 언론들도 다 벌벌 기면서 온국민이 다 아는 그 신문사, "할 말은 하는" 그 신문사가 '해당언론'이 되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는 개그 무한지대가 오늘의 대~한민국 아닌가.

복기해보자. 별 인기 없던 연예인 하나 죽었고, 얄궂게도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원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서 비스무리 한 것이 발견되면서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그냥 그런거 발견 안 되고 우울증 이런 걸로 '쉽게'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소속사의 이권다툼인지 뭔지 하여튼 복잡한 역학관계로 인해 유서가 불거졌고 경찰들은 하기 싫은 생쇼를 준비해야 했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도, 이미 일이 벌어졌으니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시나리오란 것은 사실 빤한 것이다. 이 일에 연루되었을 걸로 추측되는 '그 분들'은 나와 같은 별 볼일 없는 필부가 아니다. 잠깐의 여흥을 위해 수억 정도는 쉽게 던지는 금력과, 왠만한 일은 물에 술타듯이 무마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쎈 놈'들인 것이다. 아무도 압박하지 않지만 '알아서 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파란 기와집에 갈 사람을 검새 따위가 기소할 수 없었듯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실세들을 경찰 나부랭이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도심의 비둘기 같은 것들.. 어허 왜 이러나, 웃자고 던진 걸 죽자고 달겨들지 말자고요.

요즘은 막장이 대세라서 그런가.. 공권력도 막장 시나리오를 서슴지 않고 쓴다. 그냥 대충 뭉갤 거면서 '다 까겠다'하고 구라는 왜 치셨는지. 괜히 어리둥절 했잖아. 쇼라는 거 알고 즐기는데 진짜 피 튀길 것처럼 냄새를 풍기고 말이지. 이거 막장아닌가? 좀 편한 마음으로 관전하게 놔둡시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하구만.

나 그냥 개콘 보고 낄낄거리면서 맹탕으로 살라요. 막돼먹은 막장 생쇼는 이제 물린 다니까. 앞으로 수년간은 답도 안 나올 것 같으니까 그냥 정신줄 놓고 살아야지.

그래,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