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글자로서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사용하기도 하는 한자(漢字)이다. 한자는 글자 자체가 뜻을 지니고 있어서 읽을 줄 몰라도 뜻만 안다면 기본적으로 해독이 가능한 글자다. 아마 그래서 동아시아 일대에 널리 퍼졌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지 모른다.
뜻글과 소리글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멀지도 않은 우리 옆동네 일본이다. 익히 알다시피 일본은 한자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자를 쓰지 않으면 글생활에서 상당한 불편을 느낄 만큼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데, 일본인들이 한자를 사용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우리처럼 한자음으로 읽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유어로도 읽는다. 두가지를 병용(竝用)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天이라는 한자를 '천'이라고도 읽고 '하늘'이라고도 읽는 식이다. 읽는 방법은 그때 그때 다르다. 독음(讀音)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 뭐 그렇다고 중구난방은 아니다. 일정한 관습에 따라 대개 그 읽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 이름으로 쓰일 때를 제외하면.
앞서 얘기한 대로 한글은 기본적으로 소리글이라서 써져 있는 대로 읽고, 말하는 대로 쓰는 것이 기본적인 약속이다. 이것은 한자를 쓸 때도 마찬가지라서 '天'이라고 써놓고 '하늘'이라고 읽을 일은 없다. 그런데 유독 뜻글로 새겨읽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숫자이다. 하긴 숫자는 원래부터 상징문자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1'을 '일'이라고도 읽고 '한'이라고도 읽는다. 일본식과 흡사하다.
'1번'을 '한번'이라고 읽으면 기수가 되고 '일번'이라고 읽으면 서수가 된다. 그러니까 순우리말로 읽으면 양(量)을 세는 단위가 되고 한자어로 읽으면 순서를 나타내는 단위가 된다. 예를 들어 '9번 노래를 불렀다'라는 문장이 있으면, 노래를 아홉번 부른 것인지 구번 노래를 부른 것인지 이 문장 자체로는 알 수 없고 앞뒤 문맥을 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일상적으로 명확히 나눠져 있지 않은 게 문제다. 어떤 규정된 원칙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흔히 쓰는 어법으로는 숫자가 작을 때는 순우리말로 읽고 숫자가 커지면 한자어로 읽는 것같다. 하나, 둘, 셋... 이렇게 세어 가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을 넘어 아흔 아홉까지 세다가 백(百)이 된다. 100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온'이 있지만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상당히 재밌는 것은, 28개는 '스물 여덟'개라고 하고 98개는 '구십 여덟 개'라고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원칙은 없는 것같다. 경험적으로 보면 50단위부터 '쉰'을 안 쓰고 '오십'을 쓰는 것같다.
국어학자들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방송에서 아나운서들도 대략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으니 일반화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382개를 '삼백 여든 두 개'라고는 안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만약 그렇게 쓰는 것이 용인되는 것이면,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마흔 아홉에서 오십으로 넘어가는 것은 좀 어색하지 않은가. 더불어 가끔씩 뉴스를 보면 355개를 '삼백 오십 오'개 식으로도 말하던데, 수를 세는 것이니 이렇게 읽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마리, 장, 송이' 따위의 세는 단위는 모두 기수로 읽고, '등, 위, 호' 따위의 순서를 매기는 단위는 모두 서수로 읽는다. 제일 어려운 것은 사람을 셀 때인데, '인(人)'으로 셀 때는 서수로만 센다. '3인'은 반드시 '삼인'인 것이다. 하지만 '명(名)'으로 셀 때는 기수와 서수로 다 센다. '9명'은 '구명'도 되고 '아홉명'도 되는 것이다. 사실 '구명'은 좀 어색한 느낌인데 흔히들 그렇게 쓰니 이제는 일상적 용법이 돼버린 듯하다. 언어의 융통성으로 용인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생각엔 군대 어법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데 확실한 근거가 없으므로 대충 넘어가고..
언어는 살아움직이는 것이라, 문법적 규정보다는 실생활에서의 사용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삭월세'가 원래 옳은 말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사글세'로 쓰니까 사글세가 표준어가 되어버리 듯이. 그런데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좀체 적응되지 않는 표현들이 몇 있다. 물론 여전히 옳지 않은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영 어색한 표기법들이다.
그것은 요즘 온라인 상에서 자주 보이는 "내 나이 26인데.."와 같은 글이다. 나이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이십육 살'이 아니라 '스물 여섯 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숫자 26을 쓰려면 꼭 뒤에 '살'을 붙여써야 하는 것이다. 그냥 '26인데'라고 쓰면 이것은 십중팔구 '이십육인데'로 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틀린 표기법이다.
이렇게 쓰게 된 원인을 추측해 보건대, 우리가 일상대화에서 나이를 말할 때 흔히 "저는 스물 셋입니다."와 같이 '살'을 굳이 말하지 않고 쓰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글로 표기를 할 때도 습관적으로 숫자만 쓰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같다. 그런데 말과 달리 글이란 것은 써져있는 대로 읽을 수 밖에 없고 약속된 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읽는 사람을 위해 꼭 구별을 해서 쓸 필요가 있겠다. '스물 여섯'이라고 한글로 쓰든지, 아니면 '26살'로 써야 옳지 않을까 한다.
비슷한 것으로 '2틀'도 있다. 아마 '이틀'을 말하는 것일 게다. 하루, 이틀, 사흘..은 반드시 한글로 써야 한다. 명백히 잘못된 것인데, 잘 모르고 쓰는 것인지 아니면 재미나게 표현하려고 그렇게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일부러 그렇게 쓴다하더라도 별로 기발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그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 말과 글은 약속의 체계인데 쌍방간에 합의되지 않은 말을 쓴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결례가 되는 것이다.
숫자읽기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었는데, 사실 맞는지는 모르겠다. 한번쯤 생각해 볼 거리는 되는 것같아서 일단 포스팅하고.. 틀린 게 있다면... 바로 고치겠다.^ ^ 인터넷은.. 참 좋아...
그것은 요즘 온라인 상에서 자주 보이는 "내 나이 26인데.."와 같은 글이다. 나이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이십육 살'이 아니라 '스물 여섯 살'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숫자 26을 쓰려면 꼭 뒤에 '살'을 붙여써야 하는 것이다. 그냥 '26인데'라고 쓰면 이것은 십중팔구 '이십육인데'로 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틀린 표기법이다.
이렇게 쓰게 된 원인을 추측해 보건대, 우리가 일상대화에서 나이를 말할 때 흔히 "저는 스물 셋입니다."와 같이 '살'을 굳이 말하지 않고 쓰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글로 표기를 할 때도 습관적으로 숫자만 쓰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같다. 그런데 말과 달리 글이란 것은 써져있는 대로 읽을 수 밖에 없고 약속된 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읽는 사람을 위해 꼭 구별을 해서 쓸 필요가 있겠다. '스물 여섯'이라고 한글로 쓰든지, 아니면 '26살'로 써야 옳지 않을까 한다.
비슷한 것으로 '2틀'도 있다. 아마 '이틀'을 말하는 것일 게다. 하루, 이틀, 사흘..은 반드시 한글로 써야 한다. 명백히 잘못된 것인데, 잘 모르고 쓰는 것인지 아니면 재미나게 표현하려고 그렇게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일부러 그렇게 쓴다하더라도 별로 기발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그렇게 쓰지 말아야 한다. 말과 글은 약속의 체계인데 쌍방간에 합의되지 않은 말을 쓴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결례가 되는 것이다.
숫자읽기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었는데, 사실 맞는지는 모르겠다. 한번쯤 생각해 볼 거리는 되는 것같아서 일단 포스팅하고.. 틀린 게 있다면... 바로 고치겠다.^ ^ 인터넷은..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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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 실린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습니다.^ ^
소인 갈옥이는 국어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그냥 살아오면서 깨친 바를 적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용어를 비롯하여 내용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맞을 걸로 추정되는 상식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점 유의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틀린 부분이 있다면 기탄 없는 태클질로 소인을 가르쳐주시기 바라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악플질/태클질 적극환영, 감사합니다.
소인 갈옥이는 국어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그냥 살아오면서 깨친 바를 적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용어를 비롯하여 내용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맞을 걸로 추정되는 상식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점 유의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틀린 부분이 있다면 기탄 없는 태클질로 소인을 가르쳐주시기 바라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악플질/태클질 적극환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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