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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손발이 오그라드는 지랄같은 나날...



오바마와 이 모씨.
미국사람 오 씨는 인권운동가 출신의 40대 젊은 대통령으로, 21세기 케네디로 불리는 사람.
한국사람 이 씨는 범법자 전력이 있는, 평생 기업인으로 살아온(!!!) 60대 후반의 노인...

난 두 사람이 만나서 뭔 얘기를 하는지 관심없다. 그건 딴 이유가 아니라, 한쪽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처지기 때문이고, 삶의 철학이 빈곤한 인물이라 거기서 나올 것은 빤~하기 때문이다. 별 기대할 것이 없다.

오 씨는 참으로 보고만 있어도 멋진 느낌이 든다. 아마도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보고 내가 얼마나 찌릿하던지... 수년전, 인간 노무현에게 매료되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뭐 다른 것 다 떠나서,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노예로 잡혀와서 짐승취급 받으면서 살아왔던 흑인들의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는 거다. 그거면 끝난 거다. 더 뭔가가 있다면 그건 덤일 뿐.

거기에 비하면, 이쪽의 이 씨... 참 할 말이 꼴린다. 창피스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란 것이 이토록 부끄러웠던 때가 없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무력으로 권력을 휘어잡은 '난 놈'들이었다. 말하자면 무법자들이다. 그러니 실컷 욕을 해도 떳떳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씨는... 경악스럽게도 2007년도에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아준 자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득한 것이다. 이건 참...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이다. 자판을 치면서도 손이 떨린다... 나의 피와 DNA가 저주스럽다.

아무려나, 그냥 국내에만 박혀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어딜 저리 쏘다니는지... 참 넘사시럽다. 상식을 가진, 세계의 시민 대중들에게 과히 한국의 대표라고 내놓기가 민망한 인물이 아닌가. 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용산참사는 아직도 피눈물로 얼룩져 있고, 검찰을 앞세워 전대통령을 인격살인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미국 가서 저렇게 노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속에서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이다...

미국은 부시가 대통령이고 대한민국은 노무현이 대통령일 때, 난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놈들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그들의 민망한 대통령과 우리의 자랑스러운(많은 사람들에게는 안그랬겠지만 적어도 난 그랬다) 대통령을 비교하면 우월감이 아니 들 수가 없었다. 그것은 경제규모, 군사력, 정치력, 문화적 우월성, 1인당 국민소득.. 그 무엇을 들이대더라도 다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당당한 자긍심이었다. 느그들은 우리와 같은 대통령을 가지지 못했지 않느냐 하는... 고작 전쟁이나 일삼는 삼류 날건달 대통령이 아니냐는...

그런데 2009년 오늘... 나는 수치스러움을 견딜 수 없다. 별 수 없는 동북방의 작은 나라, 후진적인 국가 시스템, 덜떨어진 시민의식, 낙후된 정치문화의 답 안나오는 나라에 나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한번도 시민의 힘으로 나라를 바로 잡은 적이 없다. 그 숱한 시도들은 다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비겁하고 약삭빠른 자들이 성공하는 사회, 정직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은 '능력없음'의 딱지를 붙이고 사는 사회... 이것이 지난 백여년간의 우리의 모습이었다. 정말 암울한 것은, 이 모씨를 보면 앞으로도 기약할 수 없는 먼 훗날까지 그것이 계속되리라 예상된다는 것이다. 상식과 정의는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은 단지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가는 대한민국의 21세기다. 그것이 저 재수없게 웃는 이 씨의 얼굴이 가리키는 대한민국의 현재인 것이다.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나도 이젠 피도 식고, 늙어가는 거겠지. 체념도 하게 되고... 노무현이 대통령이었을 때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좀더 합리적인 방식들이 현실의 제도로써 안착했을지 모른다. 그러면 남북분단의 문제, 동서대립의 문제, 좌우대립의 문제, 역사청산, 교육개혁, 세제개선, 무역 등등 그 모든 부분에서 현실적인 발전의 초석을 놓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저런 것들이 참 별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날건달 도당들이 다시 다 해먹게 될 줄 알았으면 희망의 꽃씨를 뿌리지나 말 것을. 남의 밭에 씨 뿌린 그 정성은 다만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그땐 몰랐던 것이다. 악당도 세상이 바뀌면 적어도 법은 지키고 살 줄 생각했던 것이다.

에고... 밤도 늦고... 원래는 비아냥만 싸갈기고 말려고 한건데, 신세한탄까지... 젠장. 무슨 미련이 있는지. 이젠 쳐다 볼 데도 없는데...

암튼, 이 씨... 좀 집에만 있으쇼. 어디 내놓기 쪽팔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