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PD가 교체되고 프로그램은 기약 없는 잠정중단 상태를 선언한 상태에서 방송된 마지막(?) 방송을 봤다. 일부러 봤다. 어떻게 하나.. 싶어서.
과연, M사에서 내놓은 답지는 응수타진이었다. 슬쩍 던져놓고는 '어떻게 할 거요?'하고 간을 보는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닥 달갑지 않은 수인데, 뭐 입장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단도 심한 사단이 나서 상태가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상황에서, 이거 뭐 진짜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M사가 내놓을 수 있는 수라는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냥 발을 빼는 것은 명색이 공중파 방송에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이고 그렇다고 모른체 생까고 가자니 PD 갈고 소문은 소문대로 더럽게 나고.. 영 모양 안나게 된 것이다. 일단 대충 수습하고 한 회 던진 다음에 응수를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사실 이번 사단이 난 것 자체가 잘 이해가 안 가는 축이라, 이번 특별 방송분이 오히려 좀 안타깝게 느껴졌다. 참가 가수가 뭔 잘못이 있겠나.. 그저 제작진이 어리버리했고 방송국의 대처가 수준이하였을 뿐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가수들의 공연은 알찼다. 최근 들어 가수들이 TV에서 이렇게 열심히 노래하는 거 보기 힘들었다.^ ^ 나름 1~2주씩 공들여 준비한 것을 진지하게 쏟아내었다. 공사다망한 유명 가수들이 짬을 내서 준비한 진지한 무대를 보는 것은 꽤나 큰 즐거움이다. 물론 평시의 가수들이 건성으로 TV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아니겠지만 촬영전에 목 푸는 거 말고 특별히 진지하게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마치 콘서트 준비를 하듯 진지하게 준비된 공연을 펼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금 더 정성 들인 무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괜찮았다고 본다. 최근 수년간 시청률에서 죽을 쒀온 일밤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 나온 프로그램인데다 따뜻한 감성과 예능적 재미를 잘 녹이는 재간을 보여준 쌀집아저씨가 맡은 프로그램이라 기대감도 있었다. 정작 내가 걱정했던 것은, 시도는 괜찮아 보이는데 오락적 재미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매니저 격으로 붙인 개그맨들이 담당하기에는 솔직히 좀 구조적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그러한 우려는 채 검증을 하기도 전에 판이 엎어지고 말았는데, 향후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좀 아쉽긴 하다. 잘 살렸으면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꽤 괜찮은 예능 프로그램의 전형을 하나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렇다.
가수를, 그것도 이미 이 바닥에서 인정을 받고 일정한 커리어를 쌓은 가수를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나본데,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방송국이나 혹은 전문가가 평가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미 업계의 관련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 평가단이 평가를 한다. 시청자는, 관객은 얼마든지 공연자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수가 누구든. 왜냐하면 공연의 주인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공연자가 관객에 대해 우월한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공연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고유권한이고 공연자는 그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예술성이 높은 순수예술 분야라면 '일정 수준의 기본 소양을 가진 관객'이라는 조건이라도 붙겠지만, 대중예술 분야에서는 누구의 평이라도 달게 받아야 한다. 그것이 대중예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분 나쁘다면 저속한 대중예술 하지 말고 산중 깊이 들어가서 고매한 예술 하면 된다. 만족감이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마추어 오디션 방송보다는 솔직히 나는 이 프로그램이 더 재미난다. 그것은 내가 참여하는 재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역할을 맡은 심사위원들이 있고 결정은 그들이 하며 시청자는 구경꾼의 입장에 불과하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질 것인가 하는 긴장감이 시청자에게 주어지는 주요한 재미의 요소다. 반면 이 '나가수'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평가권을 가진 평가인단 말고도 전국의 불특정 시청자들을 향해 가수들은 노래를 한다. 그리고 현장의 평가단과 함께 TV 앞의 각 시청자들도 제 나름의 평가를 해보게 된다.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지난 평가에서는 좀 별로 였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어떤 미션에도 일정한 레벨을 보여주는 개성 강한 뮤지션도 있다.
이소라는 진짜 개성이 강한 가수다. 적어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독특한 음색과 노래에 대한 소화력은 어떤 노래를 불러도 이소라의 것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물되었다. '진짜 가수다'하는 느낌을 물씬 받게 하는 가수였다. 예상 외로 백지영과 정엽도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나가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향후로도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돌발 변수와 그것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어리버리한 대처 탓에 프로그램이 공중분해의 위기에 몰렸는데, 잘 수습이 되어 원래의 기획의도를 잃지 않고 다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충분히 지켜볼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난 생각한다. 무한도전과 1박2일 같은 프로그램만 계속 볼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되는 요즘 가요프로의 그 오글거리는 쇼를 보기도 민망한 나같은 시청자에겐 꽤 괜찮은 프로그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편을 보면서 경악했던 거 하나.. 난 사실 마지막 순위 발표를 앞두고 김범수를 탈락 예상 인물로 지목했다. 그전의 무대에 비해 오늘 공연은 좀 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압도적인 득표로 1위를 했다.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었다.^ ^ 뭐, 현장에선 꽤 괜찮았나 보다. 탈락자로 결정된 정엽의 경우에도, 난 꽤 괜찮은 공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내 예상이 빗나갔다. 누군가는 독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타인의 취향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니 박수를 치며 떠나보내야 한다.
향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탈락의 형식을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좀 더 쿨하게 떠나보내고, 쿨하게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너무 진지해져 버리면 프로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므로 결코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면 당사자가 문제가 아니라 관객(시청자)들이 불편해진다.
1명이 탈락한다는 그 오락적 긴장감도 유지하면서, 쿨하게 박수치며 이별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나가수' 제작진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일 듯하다. 행여, 1등한 사람을 명예졸업시킨다는 방식은 하지 말길. 그거.. 재미없다. 건전하긴 하겠지만 감동과 극적재미를 결코 보장할 수 없는 방식이다. 가수들끼리 경합붙어서 1등하는게 뭐가 재밌겠는가. 노래는 축구나 야구가 아니다. 쉽게 가려다가는 또 망한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M사에서 내놓은 답지는 응수타진이었다. 슬쩍 던져놓고는 '어떻게 할 거요?'하고 간을 보는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닥 달갑지 않은 수인데, 뭐 입장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단도 심한 사단이 나서 상태가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상황에서, 이거 뭐 진짜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M사가 내놓을 수 있는 수라는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냥 발을 빼는 것은 명색이 공중파 방송에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이고 그렇다고 모른체 생까고 가자니 PD 갈고 소문은 소문대로 더럽게 나고.. 영 모양 안나게 된 것이다. 일단 대충 수습하고 한 회 던진 다음에 응수를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사실 이번 사단이 난 것 자체가 잘 이해가 안 가는 축이라, 이번 특별 방송분이 오히려 좀 안타깝게 느껴졌다. 참가 가수가 뭔 잘못이 있겠나.. 그저 제작진이 어리버리했고 방송국의 대처가 수준이하였을 뿐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가수들의 공연은 알찼다. 최근 들어 가수들이 TV에서 이렇게 열심히 노래하는 거 보기 힘들었다.^ ^ 나름 1~2주씩 공들여 준비한 것을 진지하게 쏟아내었다. 공사다망한 유명 가수들이 짬을 내서 준비한 진지한 무대를 보는 것은 꽤나 큰 즐거움이다. 물론 평시의 가수들이 건성으로 TV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아니겠지만 촬영전에 목 푸는 거 말고 특별히 진지하게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마치 콘서트 준비를 하듯 진지하게 준비된 공연을 펼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금 더 정성 들인 무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괜찮았다고 본다. 최근 수년간 시청률에서 죽을 쒀온 일밤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 나온 프로그램인데다 따뜻한 감성과 예능적 재미를 잘 녹이는 재간을 보여준 쌀집아저씨가 맡은 프로그램이라 기대감도 있었다. 정작 내가 걱정했던 것은, 시도는 괜찮아 보이는데 오락적 재미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매니저 격으로 붙인 개그맨들이 담당하기에는 솔직히 좀 구조적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그러한 우려는 채 검증을 하기도 전에 판이 엎어지고 말았는데, 향후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좀 아쉽긴 하다. 잘 살렸으면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꽤 괜찮은 예능 프로그램의 전형을 하나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렇다.
가수를, 그것도 이미 이 바닥에서 인정을 받고 일정한 커리어를 쌓은 가수를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나본데,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방송국이나 혹은 전문가가 평가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미 업계의 관련인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 평가단이 평가를 한다. 시청자는, 관객은 얼마든지 공연자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수가 누구든. 왜냐하면 공연의 주인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공연자가 관객에 대해 우월한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다. 공연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고유권한이고 공연자는 그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예술성이 높은 순수예술 분야라면 '일정 수준의 기본 소양을 가진 관객'이라는 조건이라도 붙겠지만, 대중예술 분야에서는 누구의 평이라도 달게 받아야 한다. 그것이 대중예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분 나쁘다면 저속한 대중예술 하지 말고 산중 깊이 들어가서 고매한 예술 하면 된다. 만족감이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마추어 오디션 방송보다는 솔직히 나는 이 프로그램이 더 재미난다. 그것은 내가 참여하는 재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역할을 맡은 심사위원들이 있고 결정은 그들이 하며 시청자는 구경꾼의 입장에 불과하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질 것인가 하는 긴장감이 시청자에게 주어지는 주요한 재미의 요소다. 반면 이 '나가수'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평가권을 가진 평가인단 말고도 전국의 불특정 시청자들을 향해 가수들은 노래를 한다. 그리고 현장의 평가단과 함께 TV 앞의 각 시청자들도 제 나름의 평가를 해보게 된다.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지난 평가에서는 좀 별로 였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어떤 미션에도 일정한 레벨을 보여주는 개성 강한 뮤지션도 있다.
이소라는 진짜 개성이 강한 가수다. 적어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독특한 음색과 노래에 대한 소화력은 어떤 노래를 불러도 이소라의 것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물되었다. '진짜 가수다'하는 느낌을 물씬 받게 하는 가수였다. 예상 외로 백지영과 정엽도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나가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향후로도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돌발 변수와 그것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어리버리한 대처 탓에 프로그램이 공중분해의 위기에 몰렸는데, 잘 수습이 되어 원래의 기획의도를 잃지 않고 다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충분히 지켜볼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난 생각한다. 무한도전과 1박2일 같은 프로그램만 계속 볼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되는 요즘 가요프로의 그 오글거리는 쇼를 보기도 민망한 나같은 시청자에겐 꽤 괜찮은 프로그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편을 보면서 경악했던 거 하나.. 난 사실 마지막 순위 발표를 앞두고 김범수를 탈락 예상 인물로 지목했다. 그전의 무대에 비해 오늘 공연은 좀 떨어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압도적인 득표로 1위를 했다.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었다.^ ^ 뭐, 현장에선 꽤 괜찮았나 보다. 탈락자로 결정된 정엽의 경우에도, 난 꽤 괜찮은 공연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내 예상이 빗나갔다. 누군가는 독배를 들어야 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아쉽지만 타인의 취향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니 박수를 치며 떠나보내야 한다.
향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탈락의 형식을 어떻게 포장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좀 더 쿨하게 떠나보내고, 쿨하게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너무 진지해져 버리면 프로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므로 결코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면 당사자가 문제가 아니라 관객(시청자)들이 불편해진다.
1명이 탈락한다는 그 오락적 긴장감도 유지하면서, 쿨하게 박수치며 이별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나가수' 제작진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일 듯하다. 행여, 1등한 사람을 명예졸업시킨다는 방식은 하지 말길. 그거.. 재미없다. 건전하긴 하겠지만 감동과 극적재미를 결코 보장할 수 없는 방식이다. 가수들끼리 경합붙어서 1등하는게 뭐가 재밌겠는가. 노래는 축구나 야구가 아니다. 쉽게 가려다가는 또 망한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갈옥세설(褐玉世說)'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공항 백지화 특별회견」에 대한 대답 (0) | 2011.04.01 |
---|---|
팬택은 태블릿PC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4) | 2011.03.28 |
이명박은 지금이라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라! (2) | 2011.03.25 |
'나는 가수다' 사태, PD급 가수의 오버가 빚은 참사 (0) | 2011.03.22 |
차라리 영화 같은 현실 앞에서.. (0) | 2011.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