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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이명박은 지금이라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라!




천안함이 원인 모를(누군가에 의해 은폐되어 알려지지 않은) 사고로 차디찬 서해바다에 해군장병 46명과 함께 가라앉은지 1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겐 슬픔으로, 누군가에겐 안타까움으로, 또 누군가에겐 분노로 기억된 365일이 지났다.

그 동안 누군가는 '1번' 장사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고, 온전한 정신을 가진 많은 이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이 보여준 젖비린내 나는 현실에 경악하고 또 절망했다. 과연 진실은 인간의 절대적인 이성의 보루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필요한 자들의 남루한 손바닥 위에 있을 뿐임을 처절하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진실과 정의는 존재하는가? 적어도 지난 1년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더럽고 추악한 자들의 목불인견 블랙코메디만이 세상에 가득했다. 웃기지도 않는 저질 코메디를 억지로 보고 있으려니 구역질이 나고 속병만 깊어갈 뿐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저질 사기극을 벌여놓고도 이렇게 멀쩡하게 수습을 해내다니, 각하의 전지전능하심에 마음 깊은 곳에서 경외감이 생겨난다. 인간이성의 확장과 민주주의, 민본주의의 이념이 인류문명사 그 어느 때보다도 극적으로 진전되어온 20세기 이후의 역사에서, 각하는 독보적으로 그 인류진보의 큰 물줄기를 뒤로 돌려놓아버린 것이다.

이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며 칭송해 마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히틀러 같은 천하의 개또라이도 해내지 못했던 '인류문명의 역주행'을 우리 각하께서는 단박에 해내신 것이다. 인류문명사의 한 페이지에 지워지지 않을 커다란 얼룩을 만든 역사적인 인물을 배출한 한민족의 저력에 삼가 저고리 앞섶을 여미게 된다.

난 적어도 내 삶의 범위 안에서는 이제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이 안 일어날 줄 알았다. 해방 이후, 전쟁과 독재의 신산고초를 겪던 그 거친 날들에 이뤄졌던 말도 안되고 터무니 없는 역사의 질곡이 이제 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안 일어날 줄 알았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놓아도 절대 부끄럽지 않을 경제,사회,문화,정치적 성과를 보여주는 멀쩡한 나라로 가게 될 줄 알았다.

동전을 쌓아서 다보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나, 그것을 허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난 20세기 후반에 대한민국이 이룩한 정치,경제,문화적 진보와 축적이 이제는 어느 한 또라이의 광기에 의해서 쉬 무너질 수 없는 기초적인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모래성이었고 무지몽매한 1인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믿고싶지 않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을 때, 인간은 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치겠는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나의 현재의 삶이 너무 남루해지기 때문에 차마 아닐것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진다. 북한은 원래 나쁜 놈들이니까 그냥 거기다 책임을 지워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살인한 놈한테 절도죄 갖다붙이는 것은 그다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북한은 그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초계함 하나 침몰시켰다고 덮어씌워도 별로 어색할게 없다. 세상은 다시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이 진실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은 편해질지 몰라도 진실과 정의는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가 짓밟히는 사회에서는 올바로 성실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국 개난장판이 돼버린다. 우리가 힘들더라도 진실과 정의를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다.

예전에 그런 넋두리가 있었다. "미국은 줄을 기다리면 언젠가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만, 한국은 제대로 된 줄을 잡지 않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미국은 아무리 복잡하고 사악한 자들이 넘쳐나는 사회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은 신뢰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한국은 정의와 이성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이념으로서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온갖 수단과 요령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고 능력이었다. 책에 써있는 대로 하면 병신되고 어떡하든 남들을 밟고 올라서는 자만이 살아남았다.

이제 그것은 지난 시대의 이야기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야 할 것이라고 난 믿었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깨끗히 부정되었다. 이상한 사람(과 그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20세기의 방식이 삶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단순히 정권에 의해 은폐된 희대의 군사사고가 아니다.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 역사의 물줄기가 국민들의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력마저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분명 이 사건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초계함이 침몰하고, 그 와중에 40명이 사망하고 6명의 시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건도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엔 결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악스럽게도, 정부와 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온통 의혹 투성이인데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집단적으로 인지부조화의 상태에 빠진 것인가..

종교인들이(특히 일부 극성 기독교인) 자신의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논리로써 내세우는 허접한 논리가 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을 해봐라. 그렇지 못하면 신은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허무하지 않은가. 그것을 왜 내가 증명해야 하는가. 신이 있다면 그 신을 믿는 사람이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반대 증명을 내놓지 못하면 그것이 참이라는 논리는 참으로 황당하고 허무한 것이다. 나는 뿔 달린 토끼가 없다는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 뿔 달린 토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뿔 달린 토끼를 내 눈 앞에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교묘한 말장난도 결국 단순한 의문 앞에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문제가 복잡할 수록 답은 쉬워진다.

정부와 군이 내 놓은 그 숱한 증거들은 전혀 증거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제대로 된 증거를 다시 가져와야지 '이것이 증거가 아닌 증거를 내놓아라' 하는 것은 사람을 정말 황당하게 만들고 당황스럽게 만든다. 내가 왜 그걸 증명해야 하나.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격침되었고, 그 어뢰를 발사한 것이 북한이면 그 증거를 내놓으면 된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최정예 해군전력이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던 해역에 침투해서는, 미군조차 실전에서 쓴 적이 없다는 최첨단 어뢰를 쏘아 대한민국의 초계함을 단 한방에 격침시키고는, 대한민국과 미군의 추적을 우습게 따돌리고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 세계 최빈국에 해당하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축구팀이 국가대표팀을 이길 수도 있다는 그 황당한 주장의 증거를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그들은 전혀 이성적이지고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고 심지어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군과 정부는 자국 국민을 다떨어진 합바지로 알았다. 말도 안되는 것을 들이밀고는, 믿는 자만이 국민이고 안 믿는 자는 빨갱이라고 했다. 어이없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알 길이 없는 어뢰파편을 내놓고는 믿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되뇌이는 극성기독교인의 행패와 다를 것이 없는 행위인 것이다.

나는 군수뇌부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요직에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내가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 중 내가 정말 희한하다..고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 난 복잡한 선박공학과 무기에 대한 정보가 없으므로 절단면의 모양이나 흡착물의 성분을 가지고 증명할 순 없다. 그러나 내가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내가 작년에 내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는 '사라진 장병 6인의 행방'에 관한 것이다.

나는 당시 이 6명의 시신이 앞으로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그들(군과 정부)이 이 사건을 은폐해야 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었다.(천안함 실종자 6명,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유..) 예상대로, 실종된 6명의 시신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 털 끝 하나 발견된 적이 없다.

만약 천안함의 침몰이 어뢰타격에 의한 침몰이라면, 어떻게 살아난 사람은 경미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있을 수 있으며 당시에 침몰된 배 이곳 저곳에서 발견된 시신들도 전부 익사한 시신들일 뿐 훼손된 시신이 하나도 없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라진 6인의 시신은 어찌하여 머리털 한 오라기도 발견되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졌는가.

살아남았거나 시신이 발견된 사람은 폭발로 인한 부상이나 시신훼손이 전혀 없는데, 실종된 사람은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는 희한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칼로 두부를 자르듯이 그렇게 딱 나누어진 어뢰피폭의 상황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발생하면, 멀쩡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 반면 중경상을 입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고, 죽은 사람 중에서도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상을 입은 시신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 천안함 사건에서는 이렇게 극명하게 깨끗이 갈라질 수가 있단 말인가.

난 작년에 이 문제를 지적한 그 블로그 글에서, 앞으로 시신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는 발견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라 '시신이 발견되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과 정부의 시나리오에 의해, 실종된 장병은 어뢰피격 당시 피격부 근처에 있었던 것이며 따라서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이 완전히 산화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시신이 익사된 채 발견되면 군과 정부의 시나리오가 걸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신은 철저하게 은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내 말이 맞았다. 사건 이후 실종 장병의 시신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6인의 장병이 모두 어뢰가 타격한 그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면 모를까, 어떻게 시신의 흔적이 하나도 없이 모조리 산화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나머지 군인들은 모두 피격 지점에서 최대한 먼 전함의 앞쪽끝과 뒤쪽끝에 우르르 몰려 있어서 멀쩡했던 것인가? 그래서 산 사람도 멀쩡하고, 죽은 사람도 시신에 상처 하나 없는 것인가? 내가 아무리 육군 출신이라 해군 함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아마도 그렇진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희대의 코메디를 이제 그만하자.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라. 허접한 헛점을 감추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하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더 복잡한 거짓말을 해야 하고... 이제 이런 거짓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게 영원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감추어질 수 있는 것이면 모르겠으나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는가.

이 추악한 사건을 당분간(!) 덮기 위해 다음 대선에서 또 무리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당장 이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더 이상 무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부담은 자꾸만 커져가고, 거짓은 새끼에 또 새끼를 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다. 아니 이미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 하지만 더 이상 우습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밝히고 매를 맞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다.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