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좀 센 감기몸살을 대적했다. 센 놈이라 그런지 구질구질 달라붙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났다. 보통 감기 한 번 오면 딱 2주는 시루다 가는데, 이 넘은 일주일 채 안 돼서 알아서 물러가 준다. 나름 깔끔한 넘이다. 역시 센 놈들은 뒤끝이 없다.
이번에도 역시 약은 안 먹고 버텼다. 그런데 병원엔 갔다. 그 염병할 신종 인플루엔자인가 머시긴가 하는 것 땜에 아니 갈 수 없었던 게다. 뭐, 내가 겁나서 간 건 아니다. 그런 거 겁날 인생도 아니고. 다만, 두 돌 된 딸아이 때문에 검사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살만큼 산 후줄근한 인생이지만, 금쪽같은 딸아이가 그런 허덥스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암튼, 그 지랄맞은 신종 머시기는 아니라 하니 저으기 안심은 된다. 감기야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것이니까.
본격적으로 이 넘과 씨름한 것은 한 2~3일 정도였던 것같다. 한 이틀은 완전히 무장해제 당해 있었다. 몸이 외부에서 침투한 적들과 싸운다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나는 그냥 소금 먹인 배추 이파리처럼 해롱해롱 해야만 했다. 어쨌든, 아직은 이런 놈에게 당할 기력은 있으니 결국 내가 이겼다. 감기몸살이 딱 꺾이고,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 때의 그 찌릿함이란...
나는 약을 안 먹는다. 특히 양약은. 안 먹은지 꽤 된 것같다. 대충 이십년은 넘은 것같다. 중학교 다닐 때쯤,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양약을 안 먹기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안 먹었던 게 확실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부지불식간에 양약이란 것이 사람 몸에 결코 좋을 리 없다는 생각을 문득 했었던 것같다. 그게 옳은 판단이든 어떻든 간에, 어쨌든 그 이후로 약 이라고 생긴 건 일절 입에 대지 않았고, 왠만한건 그냥 버텼다. 심지어는 군대시절, 감기에 걸렸을 때도 의무대 가서 약을 받아서는 그냥 버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독하게 버텼던 것같다.
내가 약을 안 먹는다는데, 주위에서 왜 그렇게 난리들이신지. 다들 약 안 먹으면 죽는 줄 안다. 안 죽는다. 멀쩡하다.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과음하고 술 깨는 약 먹고, 과식하고 소화제 먹고... 이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약 안먹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안 먹을 약을 밥처럼 먹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다. 사람이 몸이 아픈 것은 내 몸이 나에게 뭔가 사인을 주는 것이다. 그것을 잘 관찰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디가 아프다고 그걸 없앨려고만 생각하면 몸에 생긴 문제가 해결될 길이 없다. 반드시 나중에 사단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 건강까지는 몰라도 병치레는 안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리고, 약을 안 먹고 십수년 버티면서 깨달은 것인데, 왠만한 것은 약에 의존치 않아도 몸이 이겨낸다는 것이다. 몸이 이겨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평생 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쨌든 그것은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이다.
몸이 스스로 이겨내기 힘든 병이 들었을 때는 검증된 치료와 약 처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속이 좀 더부룩하다든가, 머리가 아프다든가, 감기에 걸렸다든가 등등.. 몸에 좀 이상이 있으면 약부터 털어넣고 보는 습관은 매우 안 좋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왜들 그렇게 밥 먹듯이 약을 먹는지..
나는 의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 몸을 가지고 수십년 살았으니 인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또한 아니다. 게다가 세상의 이치란 것은 대개 통하는 바가 있어서 상식 수준에서는 경계를 넘어 대략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이치를 아는 만큼 내 몸이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알게 마련인 것이다. 여름에는 몸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서 왠만큼 충격을 받아도 쉬 다치질 않지만, 겨울에는 몸이 굳고 탄력이 떨어지니 조그만 충격에도 잘 다치고, 한 번 다치면 잘 낫지 않는 것은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체도 생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것은 정한 이치인 것이다.
암튼 그런 차원에서, 몸이 아프다든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은 왠만하면 자기회복력을 기르는 쪽으로 임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가볍게 감기에 걸린 것은 사람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추우니까 한기를 맞아 일시적으로 내 몸의 평형이 깨져서 그런 것인데, 그게 약 먹을 일은 아닌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세상엔 감기약이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감기약이라고 먹는 것은 죄다 항생제 아니면 콧물 혹은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 대부분이다.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엔,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감기를 이겨내는 과정의 산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이 고통스러워서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단지 그 증상을 없애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여름에 더울 때 땀이 나는 것은 인체가 땀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내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땀 나는 것이 더럽고 귀찮다고 해서 땀 안나는 약을 먹는 것은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겨울에 추우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닭살이 돋는데, 이것이 보기 싫다고 해서 모공을 열어주는 약을 바른다면 이것은 다만 어리석은 짓이 될 뿐인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먹는 '감기약'이란 것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내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데 공연히 그 과정의 부산물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는 것은 몸에 부담만 주게 될 뿐, 별로 좋은 영향을 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약을 안 먹다 보면 약 먹을 일이 별로 없어진다. 반면, 약을 입에 달고 살면 하루에도 열두번 약 먹을 일이 생긴다. 약이란 것은 어쨌든 정제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평형상태(밸런스)를 깨게 된다. 우리가 평시에 먹는 음식물은 여러가지 요소가 조화된 것이라 몸에 부담을 주지 않지만, 정제된 약물은 대개 한 두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이라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는 것이다.(모든 약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양으로 조절될 뿐인 것이다) 많이 아파서 그렇게라도 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는 약을 써서 일단 몸을 회복하고 볼 일이겠지만, 충분히 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잔병이나 잡증상에는 그냥 버티는 대범함도 필요한 것이다. 약 안먹고 자리보전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허구헌날 노이로제 걸린 듯 약에 의존하는 것은 몸에게 스스로가 약함을 자꾸만 인식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너무 깨끗한 것 보다는 적당히 불결한 것이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하질 않는가. 손에 닿는 것마다 다 소독하고 맨날 빨고 씻고 청결하게 생활하면 심리적으로는 안심이 되겠지만 몸은 허약해진다. 잡균이 침투할 일이 없어지니까 백혈구가 놀게 되고 그런 날이 자꾸 반복되면 몸은 스스로 자기방어를 게을리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히 더러운 것도 들어오고 가끔씩 센 병균도 몇마리씩 들어와 주고 해야 백혈구도 할 일이 있어서 열심히 뛰어댕기고 자꾸 생산도 하게 되는 것이다. 몸 스스로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난 이십년 넘게 약을 안 먹고 살았지만, 항생제라든 이런 것을 전혀 안 먹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먹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것이 죄다 항생제로 범벅이 된 것들이니 내가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 없다. 그 뿐아니라 각종 내가 알지 못하는 유해한 것들을 먹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단지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내 몸에다 그런 것들을 억지로 집어넣을 생각은 앞으로도 없는 것이다. 내게는 그런 것이 별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괜한 부담만 더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면, 꽤 성공적이다. 면역력 또는 대항력이란 것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는 감기에 잘 안 걸리는 것 같다. 대개 겨울 초입에 콧물감기 한 번 하고 겨울 그냥 지나는 경우가 많고, 이번처럼 좀 세게 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한 두 해씩 걸러서 가끔 있는 정도다.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강한 체력을 갖고 있거나 한 것이 아니니(오히려 몸은 상당히 부실한 편이다)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같다.
나는 약을 안 먹으니, 약을 먹으면 빨리 낫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약을 먹어서 빨리 낫는다면 약을 먹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일부러 날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왠만하게 견디겠다 싶으면 약 없이 버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몸에 대해 더 잘 느낄 수 있고, 이겨낼 때의 희열감을 보너스로 맛볼 수 있다. 약에 의존한다 한들 그 약이 다 해결해주는 것도 아닐 바에야 차라리 몸에 좀더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질 않는가. 내가 내 몸을 못 믿으면 어떡하겠는가. 왠만한 것은 탁 던져주고, '한번 해보자'하는 전투력 충만한 마음가짐도 꽤 괜찮은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약은 안 먹고 버텼다. 그런데 병원엔 갔다. 그 염병할 신종 인플루엔자인가 머시긴가 하는 것 땜에 아니 갈 수 없었던 게다. 뭐, 내가 겁나서 간 건 아니다. 그런 거 겁날 인생도 아니고. 다만, 두 돌 된 딸아이 때문에 검사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살만큼 산 후줄근한 인생이지만, 금쪽같은 딸아이가 그런 허덥스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암튼, 그 지랄맞은 신종 머시기는 아니라 하니 저으기 안심은 된다. 감기야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것이니까.
본격적으로 이 넘과 씨름한 것은 한 2~3일 정도였던 것같다. 한 이틀은 완전히 무장해제 당해 있었다. 몸이 외부에서 침투한 적들과 싸운다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바람에 나는 그냥 소금 먹인 배추 이파리처럼 해롱해롱 해야만 했다. 어쨌든, 아직은 이런 놈에게 당할 기력은 있으니 결국 내가 이겼다. 감기몸살이 딱 꺾이고,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 때의 그 찌릿함이란...
나는 약을 안 먹는다. 특히 양약은. 안 먹은지 꽤 된 것같다. 대충 이십년은 넘은 것같다. 중학교 다닐 때쯤,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양약을 안 먹기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안 먹었던 게 확실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부지불식간에 양약이란 것이 사람 몸에 결코 좋을 리 없다는 생각을 문득 했었던 것같다. 그게 옳은 판단이든 어떻든 간에, 어쨌든 그 이후로 약 이라고 생긴 건 일절 입에 대지 않았고, 왠만한건 그냥 버텼다. 심지어는 군대시절, 감기에 걸렸을 때도 의무대 가서 약을 받아서는 그냥 버렸던 기억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독하게 버텼던 것같다.
내가 약을 안 먹는다는데, 주위에서 왜 그렇게 난리들이신지. 다들 약 안 먹으면 죽는 줄 안다. 안 죽는다. 멀쩡하다.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과음하고 술 깨는 약 먹고, 과식하고 소화제 먹고... 이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약 안먹는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안 먹을 약을 밥처럼 먹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다. 사람이 몸이 아픈 것은 내 몸이 나에게 뭔가 사인을 주는 것이다. 그것을 잘 관찰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디가 아프다고 그걸 없앨려고만 생각하면 몸에 생긴 문제가 해결될 길이 없다. 반드시 나중에 사단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 건강까지는 몰라도 병치레는 안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리고, 약을 안 먹고 십수년 버티면서 깨달은 것인데, 왠만한 것은 약에 의존치 않아도 몸이 이겨낸다는 것이다. 몸이 이겨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평생 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쨌든 그것은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이다.
몸이 스스로 이겨내기 힘든 병이 들었을 때는 검증된 치료와 약 처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속이 좀 더부룩하다든가, 머리가 아프다든가, 감기에 걸렸다든가 등등.. 몸에 좀 이상이 있으면 약부터 털어넣고 보는 습관은 매우 안 좋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왜들 그렇게 밥 먹듯이 약을 먹는지..
나는 의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 몸을 가지고 수십년 살았으니 인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또한 아니다. 게다가 세상의 이치란 것은 대개 통하는 바가 있어서 상식 수준에서는 경계를 넘어 대략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이치를 아는 만큼 내 몸이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알게 마련인 것이다. 여름에는 몸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어서 왠만큼 충격을 받아도 쉬 다치질 않지만, 겨울에는 몸이 굳고 탄력이 떨어지니 조그만 충격에도 잘 다치고, 한 번 다치면 잘 낫지 않는 것은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체도 생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것은 정한 이치인 것이다.
암튼 그런 차원에서, 몸이 아프다든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은 왠만하면 자기회복력을 기르는 쪽으로 임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가볍게 감기에 걸린 것은 사람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추우니까 한기를 맞아 일시적으로 내 몸의 평형이 깨져서 그런 것인데, 그게 약 먹을 일은 아닌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세상엔 감기약이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감기약이라고 먹는 것은 죄다 항생제 아니면 콧물 혹은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 대부분이다.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엔,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감기를 이겨내는 과정의 산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이 고통스러워서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단지 그 증상을 없애거나 완화시키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여름에 더울 때 땀이 나는 것은 인체가 땀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내리기 위함이다. 그런데 땀 나는 것이 더럽고 귀찮다고 해서 땀 안나는 약을 먹는 것은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겨울에 추우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닭살이 돋는데, 이것이 보기 싫다고 해서 모공을 열어주는 약을 바른다면 이것은 다만 어리석은 짓이 될 뿐인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먹는 '감기약'이란 것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내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데 공연히 그 과정의 부산물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하는 것은 몸에 부담만 주게 될 뿐, 별로 좋은 영향을 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약을 안 먹다 보면 약 먹을 일이 별로 없어진다. 반면, 약을 입에 달고 살면 하루에도 열두번 약 먹을 일이 생긴다. 약이란 것은 어쨌든 정제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의 평형상태(밸런스)를 깨게 된다. 우리가 평시에 먹는 음식물은 여러가지 요소가 조화된 것이라 몸에 부담을 주지 않지만, 정제된 약물은 대개 한 두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이라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는 것이다.(모든 약은 기본적으로 독이다. 양으로 조절될 뿐인 것이다) 많이 아파서 그렇게라도 치료를 해야 할 경우에는 약을 써서 일단 몸을 회복하고 볼 일이겠지만, 충분히 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잔병이나 잡증상에는 그냥 버티는 대범함도 필요한 것이다. 약 안먹고 자리보전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허구헌날 노이로제 걸린 듯 약에 의존하는 것은 몸에게 스스로가 약함을 자꾸만 인식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너무 깨끗한 것 보다는 적당히 불결한 것이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하질 않는가. 손에 닿는 것마다 다 소독하고 맨날 빨고 씻고 청결하게 생활하면 심리적으로는 안심이 되겠지만 몸은 허약해진다. 잡균이 침투할 일이 없어지니까 백혈구가 놀게 되고 그런 날이 자꾸 반복되면 몸은 스스로 자기방어를 게을리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적절히 더러운 것도 들어오고 가끔씩 센 병균도 몇마리씩 들어와 주고 해야 백혈구도 할 일이 있어서 열심히 뛰어댕기고 자꾸 생산도 하게 되는 것이다. 몸 스스로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난 이십년 넘게 약을 안 먹고 살았지만, 항생제라든 이런 것을 전혀 안 먹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먹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것이 죄다 항생제로 범벅이 된 것들이니 내가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 없다. 그 뿐아니라 각종 내가 알지 못하는 유해한 것들을 먹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단지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내 몸에다 그런 것들을 억지로 집어넣을 생각은 앞으로도 없는 것이다. 내게는 그런 것이 별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괜한 부담만 더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면, 꽤 성공적이다. 면역력 또는 대항력이란 것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는 감기에 잘 안 걸리는 것 같다. 대개 겨울 초입에 콧물감기 한 번 하고 겨울 그냥 지나는 경우가 많고, 이번처럼 좀 세게 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한 두 해씩 걸러서 가끔 있는 정도다.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강한 체력을 갖고 있거나 한 것이 아니니(오히려 몸은 상당히 부실한 편이다)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같다.
나는 약을 안 먹으니, 약을 먹으면 빨리 낫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약을 먹어서 빨리 낫는다면 약을 먹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일부러 날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왠만하게 견디겠다 싶으면 약 없이 버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몸에 대해 더 잘 느낄 수 있고, 이겨낼 때의 희열감을 보너스로 맛볼 수 있다. 약에 의존한다 한들 그 약이 다 해결해주는 것도 아닐 바에야 차라리 몸에 좀더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질 않는가. 내가 내 몸을 못 믿으면 어떡하겠는가. 왠만한 것은 탁 던져주고, '한번 해보자'하는 전투력 충만한 마음가짐도 꽤 괜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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