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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천안함 실종자 6명,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유..

명복을 비오니, 좋은 곳으로 가소서..


불의의 사고로 46명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되었다. 40명은 그래도 시신이라도 돌아올 수 있었으나 나머지 6명은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산화자로 처리되고 말았다. 누구 말마따나, 0.0001%도 납득이 안 되는 이유로 1,200톤의 초계함이 침몰되었고, 함선의 인양 후에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더 이상의 수색을 포기하고 산화자로 처리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천안함이 북한의 폭격이든 외계인의 폭격이든, 외부의 폭격에 의해 침몰된 증거는 여전히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난 천안함이 어뢰 폭격에 의해서 격침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심증은 100%지만) 다만, 어뢰폭격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뢰폭격에 의해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나서 침몰한 것이라면 최소한 폭발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알 길이 없는 '파란매직 어뢰 파편'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따위 쉿덩이는 돈만 준다면 나도 어디서 구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이라면, 어뢰 파편이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 선체에 폭발흔이 있어야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것이다.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죽었다는 시신에 피멍은 고사하고 살짝 긁힌 흔적 하나 없는데, 어디서 야구방망이 하나 주워와서는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죽었다고 우기면 어떡하는가. 야구방망이가 결정적 증거인가, 시신의 상태가 결정적 증거인가. 대체 법의학의 기초상식조차 되지 않는 이런 당연한 의문을 외면하고, 말도 안 되는 우기기로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속이려는 이 황당무계한 상황이 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할 말이 꼴린다.

어쨌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 조차도 우습게 따돌릴 만큼 최첨단의 기술력과 전투력을 갖춘 북한의 신출귀몰한 어뢰 한 방에 의해 천안함은 순식간에 격침되었다. 그렇게 하기로 '결정'되었다. 사고 당시 백령도 인근의 서해안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이었고, 최첨단 이지스함 2대를 포함해 구축함, 초계함 등이 빽빽하게 작전중이었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함이 어뢰 단 한방으로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도주했다 하면, 직선거리로 최고속도로 도주하는데도 3시간이 걸린다 하니 합조단의 발표대로 ㄷ자 모양으로 돌아갔다고 가정할 때 최소한 시간이 3배는 걸렸을 것이니 9시간을 X나게 달려서 도망갔다는 것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최첨단 해군전력이 집결해서 군사합동훈련을 펼치고 있었던 현장에서 그런 상황이 가능할 것인가. 초등학교 축구팀이 국가대표팀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머저리가 아니라면 실로 상상키 힘든 어거지 사기구라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런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시나리오가 대한민국에서는 어김없이 진실이 되어 있다. 폭발 흔적이 전혀 없는 천안함은 '폭발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실종된 자는 '산화자가 되어야만' 하고, 산화자는 시신이 발견되면 안 되니 그들은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며, 누군가의 아들들이고 친구 동료들이다. 그들이 왜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는 산화자가 되어야 하나.. 이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들의 시신은 앞으로 발견되더라도 극비에 붙여진 채 몰래 유기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 중 몇몇은 이미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멀쩡한 시신이 발견되면 저들의 어설픈 시나리오가 걸레가 되고, 그들의 추악한 만행이 온 천하에 까발겨질 것이기 때문에 시신은 결코 공개될 수 없다. 그들은 영원히 산화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난 정인숙 사건처럼 권력에 의해 행해지고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처리된 일들을 알게 되면서, 저 시대에는 저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어떻게 현실로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역시 언론이 통제되고 국민의 알 권리 따위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제한될 수 있는 독재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내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로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2010년에 우리는 그와 똑같은 일을 당하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이와 같은 일이 지금 이 시대에 가능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전에, 정인숙 사건 등을 TV에서 보며, '저 시절 어른들은 왜 그렇게 무기력했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나.. 나의 딸이 "아빠 시절엔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했어요?" 하고 나중에 물어오면 뭐라고 얘길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그냥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라고 하고 말아야 하나.

'언젠간 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까?..' 하고 생각해보면, 비관적인 생각만이 엄습한다. 때로는 진실보다 현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밝혀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될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명백하다. 언제라도 이 일이 밝혀지는 것이,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도록 확 싸질러 버리려는 것이다. 안보리에 회부시켜 국제문제화하는 것도 그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훗날 이 사건을 밝히는 것이 실익보다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그 어떤 정부라도 쉽게 진실을 밝힐 수 없는 것이다. J. F. 케네디 암살 사건이 어떤 연유에서 일어났는지 우리는 능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결국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안타깝게도 천안함 사건은 케네디 암살 사건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신을 찾지 못해 산화한(산화해야만 하는) 6인의 장병의 명복을 빈다. 아직도 우리의 힘으로는 저 악랄한 자들의 만행을 저지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얼마나 그럴 것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미안하다. 기약할 수 없지만, 서해 바다 깊이 침몰한 진실이 언젠가 물 밖으로 끌어올려져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날 때, 그대들의 영혼도 비로소 씻김을 받을 것이다. 그때.. 그때, 눈물로써 씻김굿을 하리라. 그때까지 영면하라. 젊은 넋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