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한컴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한글」을 사용하다 보면 정말 황당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그램의 에러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정말 한 번 당하고 나면 만정이 다 떨어져서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경우에 따라선 삶의 의욕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치명적 오류라 할 수 있다.
그 문제의 버그(?)가 뭔고 하니, 기존의 문서를 열어서 수정을 하고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해서 수정된 파일을 저장할 때, 만약 문서의 일정 부분이 블럭으로 선택되어 있는 상태였다면 다른 부분은 다 날아가고 블럭 지정된 부분만 새 문서에 저장이 된다는 것이다.
이거, 잘 안 생기는 경우 같지만 문장을 만지고 다듬고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블럭 지정이 된 채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로 최종 저장을 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사실,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너무도 참혹한 것이라서 꼭 수정이 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구절구절 이야기하면 감이 잘 안 오니, 그림을 보면서 한번 예를 들어 보겠다.
뭐, 새로 글을 적으려면 귀찮기 때문에, 남이 적어놓은 글 활용한다. 끝부분 쬐금 인용했다고 유시민 씨가 저작권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 참고로, 유시민이 오늘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성장하는 그 시발점이 된 명문장이다. 당시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구치소에서 아무런 전적도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머리로만 이 명문장을 적어냈다 한다. OTL.. (좌절감만 엄습하누나..)
대개 우리가 문서 작성을 할 때, 특정한 양식이나 패턴이 있는 문서의 경우 기존의 문서를 열어서 수정을 한 다음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따로 저장을 해서 문서를 작성해나가면 상관이 없는데, 깜빡하고 끝까지 계속 작성을 다 한 다음 마지막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할 때 발생한다.
따로 저장을 안 한 상태에서 예를 들면 위처럼 문장 중의 특정 부분이 블럭으로 지정이 돼 있다고 하자. 대개 문서를 작성할 때는 매우 집중된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문서작성을 끝낼 쯤이면 긴장도 풀리고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문장을 다듬느라 특정한 단어 또는 문장을 블럭 지정해 놓고는 '에이, 이제 그만하자..' 하고는 무심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눌러 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저장을 묻는 창이 뜨면 당연히 '저장'을 누르게 된다. 여기 예문에서는 제일 마지막 문장을 블럭 설정하고 그것이 화면에 보이는 상황이지만, 문장의 중간에 블럭 선택이 되어 있고 화면은 다른 페이지에 있을 경우엔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 그냥 무심코 '저장'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도 참혹하여 일시에 삶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순간적으로는 죽고 싶을 만큼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수도 있다.
앞에 말한 것처럼, 블럭 지정이 된 상태에서 무심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를 하고서 따로 저장한 문서를 열면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은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정말..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컴퓨터를 부숴버리고 싶은 분노가 치밀었다가, 또 한 순간 그런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한 자신을 질책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등 조울증, 정신분열 같은 종류의 히스테릭한 반응이 연이어 나오게 된다.
틀이 정해진 글이어서 다시 시간만 들이면 되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력이 요구되는 글이라거나 또는 불현듯 영감에 사로잡혀 쓰게 되는 글, 또는 그날 따라 글빨이 잘 나가서 스스로도 매우 만족하며 썼던 글이 그렇게 되었을 경우엔 한동안 회복이 되지 않는다. 다시 쓰기 귀찮다는 수준이 아니라 '다시 쓸 수 없다'는 절망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나도 전에 한번 한 두번 이와 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다. 정말 밤 늦도록 심혈을 귀울여서 썼던 글이 다 날아가고 황망하게도 단어 하나만 달랑 저장된 문서를 열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과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그 원인조차 몰랐었다. 그러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왜 내가 작성한 글이 순식간에 다 날아갔단 말인가.. 손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로 글을 쓴다는 행위에 대한 불신이 확장하여 디지털문명 전체에 대한 저주로 옮아가면서 한동안 정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최근에야 이 원인을 알아 조심을 하고 있는데, 애초에 한컴이 왜 이것을 수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분명 이같은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이 한둘은 아닐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블럭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해서 따로 저장시 그 부분만 저장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해하고 납득하겠으나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버그 아닌 버그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한컴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 프로세서인 「워드」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블럭 지정이 되어 있어도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선택하면 변경되어 작성된 문장이 전체로 다 저장이 된다. 워드가 이렇게 정상적으로(!) 저장이 되는 것을 볼 때, 더더욱 한컴 한글의 비공식 에러가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20년 넘게 국민 워드프로세서로서 사랑을 받아온 한컴 한글이 이 문제를 신속을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려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부디 나와 같은 황망한 경우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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