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김연자 아줌마가 나오길래 눈길이 고정되었다. 한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홀연히 일본으로 떠난 트로트 가수. 내 기억으로는 아마 비슷한 시기에 김연자와 계은숙이 일본으로 건너간 걸로 알고 있고, 두 사람 다 일본에서도 꽤 성공한 것으로 들었다.
계은숙 아줌마는 꽤 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노래를 시원시원하게 불렀던 느낌이 아련히 있다. 김연자 아줌마는 무척 맛깔나게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이었던 것같은데, 지금 생각하면 카리스마도 좀 있었던 것같다. 다른 것 보다도, 김연자 아줌마는 돌아가신 우리 부친이 좋아했던 가수로 내 마음 속에는 남아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올림픽 당시에 올림픽 주제가 문제로 틀어져서 일본으로 가버렸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건 뭐 나도 확인 안 되는 얘기라.. 쩝, 암튼 당시 트로트계에는 계은숙, 김연자의 공백이 꽤 컸고 그 빈틈을 메우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트로트를 들고 나와 크게 성공한 것이 주현미였던 것만 아스라히 기억된다. 아님 말구. 그냥 인상적인 느낌일 뿐이니까.^ ^
암튼 그 김연자 아줌마가 일본TV 방송에 나오길래 잠시 채널을 고정하고 보고 있었는데, 연자 언니가 맛깔나게 한곡 뽑고 나서 태진아를 소개하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보다는 비교적 점잖은 무대의상을 하고 나온 태진아는 준비된 듯하지만 어눌한 일본어로 열심히 하겠다고, 잘 봐달라고, 사랑한다고 부르짖으며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한곡을 땡겼다. 그 곡이 바로 이 노래 '이노치노 하나(命の華)'다.
국내에서 십여년 전에 히트했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일본어로 번안해서 불렀다. 약간 쉰 음색에 긁히는 듯한 목소리가 어쩌면 일본에서는 좀 독특하게 어필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든다. 뭐 어쨌든 TV에도 나오고 하는 것 보니 일본에서도 웬만큼 인지도를 얻은 모양이다. 한류스타 테사마가 되는 것?..ㅋㅋㅋ
머리 들이밀고 들어가서 의욕적으로 하는 것보면 조혜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늘그막에 타지에 가서 참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저 나이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인정을 해줘야 할 것같다.
최근에 아들 문제로 좀 스타일 구긴 것만 아니면 나름 꽤 성공적인 이미지를 재구축했었는데(한창 잘 나가던 젊은 시절 여자문제(치정사건)로 십수년간 잠수 탔다가 다시 복귀한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뭘 그렇게 가내수공업으로 노래 사업을 하는 건지. 이번 사단이 난 것도 거기에 원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바이다.
아무려나, 그 태진아의 일본 신보에 실린 '이노치노 하나'를 한번 소개해 본다. 번역은 내가 한 것인데, 뭐 대충 맞을 것이다. ^ ^
命の華 [テ・ジナ]
이노치노 하나 [테・지나]
赤い命の華 咲かせる二人花
아카이 이노치노 하나 사카세루 후타리바나
붉은 생명의 꽃 피우는 두 꽃.
おまえは この胸に 涙で縋り付く
오마에와 코노무네니 나미다데 스가리쯔쿠
너는 이 가슴에 눈물로 매달리네.
何も言わずに震える肩を 優しく抱きしめる
나니모 이와즈니 후루에루 카타오 야사시쿠 다키시메루
아무 말 하지 않고 떨리는 어깨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今日からずっと側にいる 離れはしない
쿄오카라 즛토 소바니이루 하나레와 시나이
이제부터 늘 곁에 있어. 떠나지 않아.
赤い命の華 咲かせる二人花
아카이 이노치노하나 사카세루 후타리바나
붉은 생명의 꽃 피우는 두 꽃.
別れて気付いたよ 大事なおまえだと
와카레테 키즈이타요 다이지나 오마에다토
헤어지고 깨달았어. 너의 소중함을.
側に寄り添いいつでも俺を 支えてくれた奴
소바니 요리소이 이쯔데모 오레오 사사에테 쿠레타야쯔
곁에 있으며 언제라도 나를 지켜준 너.
潤んだ瞳 もう二度と 泣かせはしない
우룬다 히토미 모오니도토 나카세와 시나이
눈물 젖은 눈동자 두 번 다시 울게 하지 않아.
赤い命の華 咲かせる二人花
아카이 이노치노하나 사카세루 후타리바나
붉은 생명의 꽃 피우는 두 꽃.
愛する幸せと 絆を信じてた
아이스루 시아와세토 키즈나오 신지테타
사랑하는 행복과 인연을 믿었어.
心ひとつに雨風耐えりゃ 奇麗な虹が出る
코코로히토쯔니 아메카제 타에랴 키레이나 니지가 데루
한마음으로 비바람을 견뎌내면 아름다운 무지개가 피지.
どんな時にも側にいる 離れはしない
돈나 토키니모 소바니 이루 하나레와 시나이
언제나 곁에 있어. 떠나지 않아.
赤い命の華 咲かせるふたり花
아카이 이노치노하나 사카세루 후타리바나
붉은 생명의 꽃 피우는 두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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