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겨운 노래 '뷰티풀 선데이'와 관련되어 내게는 한가지 짧은 기억이 있다. 왠지 그것 때문에 더 애잔하고 정이 가는 노래다. 그래서 그런지 흥얼흥얼 거리고 있으면 괜시리 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또 갑자기 울컥하기도 하고 그렇다. 좀 복잡한 감정이랄까..
뭐, 나하고 연관된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하고 나이가 같은 노래니, 나와 무슨 인연이 있을 일이 없다. 인연은 나의 부친과 연관된다. 이 노래는 내가 아는 한,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우리 부친이 팝송을 부르는 것을 본 첫 노래이고 유일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게는 특별한 노래가 되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마도 지금의 나보다 더 젊었을 나의 아버지는 언젠가 팝송 한자락을 흥겹게 흥얼거렸다. "하- 하- 하- 뷰티풀 선데이~" 아버지는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이 부분을 반복적으로 흥얼거렸다. 아마 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을 테고, 또 아마도 그 부분 밖에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그 부분만 계속 불렀다.. "하- 하- 하- 뷰티풀 선데이~ .....마- 마- 마- 뷰티풀 데이~"
나의 아버지는 해방 전에 태어나서 전쟁과 가난의 질곡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도시빈민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온 분이다. 생전 당신의 표현으로 하자면, "국민학교 6년 다닌 것이 2년이 채 안 될 것"이라고 했을 만큼 배움의 기회도 갖질 못했다. 땡땡이 치느라 그런 것이 아니다. 월사금(이라고 했던 것같다. 학교에 내는 수업료)을 내지 못해서 학교를 갈 수 없었노라 했다. 학교 간다고 나와서는 하염없이 들판을 뛰어다녔다고 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그런 부친인지라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팝송을 배워 부를 삶의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 연유로, 나는 나의 부친이 팝송을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유일하게 흥얼거리는 것을 들은 노래가 바로 '뷰티풀 선데이(Beautiful Sunday)'였다. 언제 어느 때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한 두번 정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같다. 이 노래가 좋으셨던 것일까..
부친이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그 상황을 아무리 떠올려 보려해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불렀다는 것만 기억난다. 나중에, 훨씬 나중에 이 노래의 제목을 알게 되고 나도 따라 불러보곤 했다. 그러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아버지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뭐가 그리 즐거웠던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인생에도 즐거웠던 일이 있었을까. 진짜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있었을까. 내가 소소한 즐거움 한 두 가지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난 그런 것에는 별로 기여를 한 것같지 않다.
암튼,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나의 부친이 불렀던 유일한 노래로서 이 뷰티풀 선데이는 내 기억 속에 뚜렷이 새겨졌다. 좋아해서 불렀는지 아니면 그냥 입에 붙어서 중얼거렸을 뿐인지 지금은 확인조차 할 수 없지만, 뭐 그런 것쯤 어떠랴. 부친이 유일하게 불렀던 팝송이었다는 것만이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선지 이 노래를 부르면 굉장히 흥겹고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문득 가슴 한켠이 울컥하기도 하는 것이다. 뭐라 말 할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여간 복잡미묘한 감정에 감싸인다.
괜시리 TV광고에 이 노래를 써 갖구선.. 자꾸만 따라 부르게 만들고..
(가사를 덧붙인다. 해석은.. 내가 대충 갖다붙여 본 것이다. 영어공부 손 놓은지 20년이니 정확성은 장담 못한다.^ ^)
Beautiful Sunday – Daniel Boone
Sunday morning, up with the lark
I think I'll take a walk in the park
Hey, hey, hey, it's a beautiful day.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공원을 산책하려 마음 먹었죠
헤이, 오늘은 멋진 날이에요
I've got someone waiting for me.
When I see her I know that she’ll say
Hey, hey, hey, it's a beautiful day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할 말을 난 알고 있죠
헤이, 오늘은 멋진 날이에요
Ah ah ah beautiful Sunday
This is my, my, my, beautiful day
When you say, say, say, say that you love me
Oh my, my, my it's a beautiful day
멋진 휴일이에요
오늘은 나의 멋진 날이죠
그대 나를 사랑한다 말하니
아, 오늘은 나의 멋진 날이이에요
Birds are singing, you by my side.
Let's take a car and go for a ride
Hey, hey, hey it's a beautiful day
새들은 노래하고 당신은 내 곁에 있어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죠
헤이, 오늘은 멋진 날이에요
We'll drive on and follow the sun
Makin’ Sunday go on and on
Hey, hey, hey, it's a beautiful day
우린 해를 따라 차를 몰아요
멋진 일요일을 계속 만들어가죠
헤이, 오늘은 멋진 날이에요
Ah ah ah beautiful Sunday
This is my, my, my, beautiful day
When you say, say, say, say that you love me
Oh my, my, my it's a beautiful day
멋진 휴일이에요
오늘은 나의 멋진 날이죠
그대 나를 사랑한다 말하니
아, 오늘은 나의 멋진 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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