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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야기

LG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이 X끼 짤라야 된다.


야구를 감독 혼자 하는 건 아니지만, 또 야구만큼 감독의 역할이 지대한 스포츠가 어디 있는가. 모든 스포츠 중에 거의 유일하게 감독이 유니폼을 입는 스포츠이자 감독이 경기장에 직접 걸어들어갈 수 있는 스포츠이고 또한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게임을 정지시킬 수 있는 스포츠가 야구다. 그만큼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선수 교체하는게 경기에 개입할 수 있는 역할의 전부인 축구와 비교해 보더라도 야구에서 감독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다.


그 뿐인가. 그날 등록된 23명의 한도내에서 모든 선수를 경기장에 투입할 수 있고, 경기중에도 수시로 수비수를 교체할 수 있고 심지어 타자가 공을 치게 할 건지 말건지도 감독이 결정할 수 있다. 좀 과장하면, 직접 몸으로 안 뛸 뿐이지 경기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게 가능한 것이 바로 야구 감독이다. 그리고 그 능력 범위의 절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을 보면 감독이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준다. 야구 룰로 보장된 것은 거의 모두 할 수 있는 감독이다.

아무려나, 김성근식 야구는 어쨌든 김성근 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감독은 사실 흉내를 낼려고 해도 낼 수 없는 것이고. 김성근이 그렇게 욕을 얻어쳐먹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야신으로 추앙 받는 것은 어쨌든 '이기는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이기지 못했다면 김성근은 일찌감치 야구판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김성근 얘기를 한 것은, LG트윈스의 박종훈과 비교하기 위함이다. 박종훈은 시즌초부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선수운용을 선보이고 있다. 투수 운용은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한 탓에 비교적 무난하게 운영하는데(이것도 선수의 힘일 뿐이다. 결정적 순간에 교체 타이밍이 이상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타자 운영은 도대체 족보가 없는 짓거리를 남발하고 있다. 테이블세터인 1,2번을 제외하면 모든 타순이 뒤죽박죽이다. 시즌 시작하고 몇 게임 정도 한 상황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제는 대충 타순 안정을 시켜야 할 시기인데도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말은 그럴싸하다. 좌투수에 약한 면모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 선발에 따라 유동적인 타순을 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겨야 말이 되는 것이다.(김성근의 예)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고 빨리 방향을 틀어야 한다. 초장에 몇 게임 해보고 안 되면 정상화시켜서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 알듯이, 야구의 타선은 명확한 역할이 있다. 1번은 무조건 출루율(발이 빨라서 땅볼 치고 1루에서 세이프되든, 선구안이 좋아서 볼넷을 고르든, 아니면 몸으로 때우고 나가든), 2번은 작전수행능력(번트, 치고달리기, 주루플레이), 3번은 타격(고타율,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 상황에 따라 진루타 칠수 있는 능력), 4번은 한방 능력(홈런 타자, 큰거 한방이 있어서 누상에 주자가 있을 시 투수가 상당한 부담을 느낄수 있는 존재), 5번은 장타 능력(타점능력) 등등이다. 관습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은 이렇게 했을 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야구는 확률게임이니까.

그런데 박종훈은 왜 되지도 않는 듣보잡 타순을 자꾸 고집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렇게 해서 성공적이면 모르겠는데 자꾸만 게임을 말아먹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무슨 똥고집인지. 오늘 경기에서도 정의윤을 4번에 기용해서는 찬스 때마다 말아 먹었다. 비단 오늘만이 아니다. 최근 경기에서 몇 게임이나 말아먹었는지 모른다. 역량이 안 되면 하위 타순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석이 아닌가. 왜 게임을 자꾸만 말아먹으면서 무리한 기용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정의윤도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실상 정의윤이 불쌍할 지경이다. 이건 선수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명백히 감독의 잘못이다.

야구는 멘탈게임이고 분위기를 많이 탄다. 뭔가 해줘야 할 때 제대로 되지 않으면 10명이서 삽질만 계속하게 돼 있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야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거꾸러질 수밖에 없고, 멋드러진 수비 하나가 게임을 순식간에 바꿔 놓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LG는 달아나야 할 때 중심타선에서 삽질을 해댄다. 1사 1,3루 혹은 무사 만루라면 반드시 점수를 내줘야 한다. 더구나 분위기상 달아나거나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승부처)에서는. 그런데 최근의 LG는 그때마다 꼬박꼬박 스탠딩 삼진이나 더블플레이를 연발한다. 그런데 그게 원래 중심타선 역할을 해줘야할 박용택이나 이병규, 조인성, 이택근 등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정의윤을 내세워서 삽질을 하게 만드니 미칠 노릇이다.

선수도 사람이라, 기세를 올려야 할때 올리지 못하면 그만 맥이 빠져서 경기력이 저하된다. 투수나 타자나 마찬가지다. 공 10개에 삼자 범퇴로 공격 이닝을 마무리하면 투수는 쉬는 시간이 없어서 더 힘들고, 투수가 난조를 보이면 야수들이 땡뼡에 오래 서있어야 해서 공격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꼬여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것이 총체적으로 분위기를 만든다.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이길 수 있고, 맥빠지는 분위기를 만들면 아무리 점수가 앞서 있어도 역전패의 두려움 만이 앞설 뿐이다.

안타는 못 치더라도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를 꼭 쳐줘야 할 상황이 있다(한두점 승부에서 1사 1,3루 혹은 무사 만루 같은 상황). 그런데 가만히 서서 공 구경만 하다가 들어오는 선수는 정말 맥이 빠지게 만든다. LG의 최근 몇 경기에서 1사 1,3루에 병살타 치고, 무사 만루에서 스탠딩 삼진 후 병살타 나와서 찬스를 깨끗이 날리고 게임을 말아먹은 것이 도대체 몇 번인가. 그 중심에 정의윤과 최근 타격감 안 좋은 정성훈이 있다.

차라리 한번 휘두르고 삼진 당하면 욕을 하지는 않는다. 무사 만루라서 땅볼만 쳐도 타점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냥 배트만 들고 있다가 삼진 먹고 들어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야구를 하기 싫은 건지, 야구할 줄 모르는 건지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왠만하면 기다려야 할 때와 왠만하면 쳐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경기 초반에 상대 투수가 제구가 안 돼서 흔들릴 때는 참고 기다렸다가 볼넷을 얻어서 나가는게 안타 치는 것보다 더 낫다. 상대 선발을 흔들어서 초반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툭 갖다 대고는 플라이 아웃돼서 들어간다. 상대 선발 기만 살려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라도 꼭 쳐야되는 후반부 결정적인 찬스에서는 멍청히 서서 공구경만 하다가 들어오고. 매번 이렇게 하면 도대체가 게임이 될 리가 있는가 말이다.

프로선수라면 반드시 해줘야 하는 수준이 있다. 그리고 프로가 아니더라도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플레이가 있다. 그런 것이 될 때, 실수도 경기의 일부분으로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매번 완벽하게 잘 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시시때때로 허접한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실력과 정신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김성근의 팀 SK를 욕을 하면서도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딴 팀들과 차원이 다른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인게 뒷받침 되어야 그 다음에 때에 따라 게임의 행운과 실수가 있는 것이다. 하고한 날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리버리하게 삽질하다가 지는 게임을 반복하면 보는 사람 짜증난다. 이건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그리고 감독은, 돈 내고 경기장에 간 사람들과 그리고 시간 내서 TV로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플레이를 선보일 의무가 있다. 프로니까. 야구 30년 본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타순과, 이상한 타이밍의 선수교체와, 맥빠진 플레이 남발은 정말 신경 곤두서게 만든다. 보는 사람이 바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훨씬 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만 자꾸 들게 만드는 것이다. 팬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이거 장사 되겠나?

욕만 하지 말고, 대한민국 야구는 김성근에게 배울 것이 분명히 있다. 허튼 플레이가 거의 없고, 왠만한 상황에서는 경기의 장악력을 놓지 않는 그 기본기 말이다. SK는 7,8회에 3~4점 뒤져 있어도 '뭔가 될 것이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선수들도 그렇게 믿고 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LG는 7,8회에 3~4점 뒤져있으면 '오늘은 글렀다'는 느낌만 강하게 든다. 강팀과 약팀의 결정적 차이다.

팬으로서 바라건대,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이해가능한 경기를 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지더라도 아쉬울 뿐, 짜증이 나지는 않는 경기.. 그런 경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부자 돈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야수 자원 많다고 상대팀 선발이 우완투수인지 좌완투수인지 따지면서 해괴한 타선 짜맞추는 짓 이제 그만 좀 하자. 제 자리가 정해져 있어야 타자들도 자기 역할을 인지하고 거기에 필요한 플레이를 할 것 아닌가.

감 좀 잡았다 싶으면 그 다음날 벤치 신세, 전날 4번 치던 선수가 다음날 8번에 나오고... 맨날 이런 경기를 반복해서야 선수들이 뭔 수로 안정된 플레이를 하겠는가. 수비에서도 붙박이 포지션이라고는 없고, 구분이라고는 내야수 외야수 밖에 없다. 유격수를 우익수로 안 보내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건 뭐, 모든 선수를 멀티플레이어로 만들려는 히딩크식 용병술인지.. 그러니 맨날 에러가 속출하고.. 이제는 에러가 나도 욕을 하기가 미안하다. 원래 거기를 책임져야 할 선수인가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잡역부 일당 노가다 식의 선수 운용을 당장 그만두라. 그리고 제발 선수들을 프로페셔널로 만들어라. 내가 보기엔 감독이 가장 아마추어 같다. 그러니 자꾸만 팀이 아마 냄새가 폴폴 난다. 팬들이 짜증내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박종훈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마 타팀 팬들 뿐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단 올해도 가을야구는 물건너 간다. 아니, 가을야구는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게임만 정상적으로 운영해줘라. 그것 뿐이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