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 영화를 보여주려 극장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극장 참 오랜만이다. 극장에서 영화 본 게 언제던가.. 녀석이 영화를 볼 수 있을 만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영화구경 한 번 못해보고 기다린 세월이.. -.-
영화를 본다는 것이 그닥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에 속하는 일이 돼버린 시대지만 오늘 행차(?)가 특별한 것은 딸아이가 난생 처음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역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그렇듯이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하고 그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은, 특히 문화생활에 있어서는 매우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기억을 녀석이 나중에 기억할지 어떨지 모르지만(아마 기억이 나지 않으리라.. 너무 어리니..) 어쨌든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특별한 기억을 녀석의 기억 한켠에 남겨주고 싶은 애비의 작은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특별한 느낌으로 남아 감성의 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 한때 영화소년이었던 나의 아무 근거 없는 지론이기도 하다. -.-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원초적인 본능인 '이야기'와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영화만큼 총체적이고 공감각적인 자극을 만족시키는 문화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있다. 컴컴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두커니 앉아서는 빛의 점멸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구경하는 집단적인 최면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는 환상적인 꿈을 꾼다. 분노하고, 조바심 내고, 통쾌해 하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현실과 격절된 시공간에서 잠시 동안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어릴 때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극장 밖으로 걸음을 떼는 순간 환한 햇살 속에서 느껴지던 그 이질감이란.. 잠시 동안 꿈과 현실의 그 스산한 이질감에 감정적인 혼란이 일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뭐 그때야, 감성이 충만하던 어린 시절이었으니 더 아니 그러했겠는가.
어쨌건 영화를 본다는 건 인생에서 매우 각별한 기억을 선사하는,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행사라는 생각이 나에게는 강하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그런 경험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로서 오늘의 행차는 조금 특별했던 것이다. 그런 이 애비의 마음을 녀석이 알 리 없건만 어쨌든 이런 사소하고 조그마한 것들이 모두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되는 것이니..
내가 기억하는, 내 생애 처음 본 영화는 성룡 엉아가 열연을 해주신 「소림목인방」이다.(포스터에 82년이라고 나오는 게 맞는지.. 더 전인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고 너무 어렸을 때라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고 파편적인 장면 몇몇으로만 기억이 남아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마도 내가 영화란 것을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란 사실이다.
동네 친구들 몇과 함께, 우리 보다 훨씬 컸던 누군가의 인도로 시내의 극장에 가서 보았던 영화였다. 그때 당시 한참 인기 좋던 성룡의 영화인데다, 그때 당시 아이들이 좋아했던(그때는 권투와 레슬링이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 무술영화이니 아마도 딱 좋은 영화였을 것이다.
독수리 오형제도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소림목인방이 먼저인 듯싶다. 아무튼, 단단한 작심을 하고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극장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행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제일 재밌고 신기한 볼거리가 TV인데, TV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타클을 극장영화는 제공해주는 것이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테레비'와 달리 극장이라는 것은 어떤 '행사'에 참여한다는 거룩하고 엄숙한 느낌의 고차원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특별한 제식에 참여하는 듯한 그 진중함이야 말로 TV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극장영화가 여전히 존재하게 하는 특별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쑥하게 차려 입고, 버스를 타고 눈이 어지러운 휘황찬란한 시내까지 가서는, 심각하고 진지한 논의를 거쳐 작품(!)을 선정한 다음, 때에 따라 한 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비로소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영화인 것이다. 다소 심드렁한 행사가 되긴 했지만(워낙 즐길 게 많은 데다 웬만해서는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니까) 지금도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그렇게 나는 믿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이 달라졌을 뿐 우리가 극장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꿈꾸는 일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집안에 42인치 TV와 빵빵한 홈시어터 시스템을 갖추어 놓아도 TV를 보면서 '진지하게 참여하는' 느낌을 받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영상의 사이즈나 음향의 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얘기가 삼천포로.. 다시 '점박이'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본 거긴 하지만 한국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매우 준수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나리오나 기획 등 영상 외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스크린으로 뿌려지는 화면 자체의 질감으로만 따진다면 헐리웃 영화에 근접하는 퀄리티를 보여줬다. 서사구조나 장면전환 등에서 다소 거칠고 엉성한 부분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어린이용 영화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될 순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영화자체가 의인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다큐 식으로 표현된 영화라 대여섯 살짜리 어린 아이가 보기에는 영화의 스타일과 내용이 별로 적절치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그건 뭐 영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덥석 가서 자리를 깐 내 잘못이긴 하지만..
대략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된다. 이제 만 4살이 지난 우리 아이가 보기에는 좀 건조한 영화였던 것같다. 아닌 게 아니라 중간쯤에서 흥미를 잃고 다소 산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군데군데 큰 소리도 나고, 격한 장면도 있어서 녀석이 놀라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봐야했던 것이다. 여느 모로 보나, 만 4세의 여자 아이가 보기에는 별로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 가는 극장 행사에, 너의 나이에 부적절한 영화를 고른 아빠의 무신경함을 용서해라.. -.-;
암튼, 영화 자체는 꽤 괜찮았다.(쾌속순항하는 흥행실적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다만, 공룡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다음에 좀더 말랑한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 되면 녀석을 데리고 다시 행차해야 겠다. 에공..
【 추기 】
오늘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문득 느낀 것이, 왜 영화를 보는데 시작하기 전에 광고가 나오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한참 동안을 CF가 흘러나왔다. 예전처럼 두 번씩 반복되진 않았지만(그땐 왜그랬을까..) 지겨운 광고를 보고 있자니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내 돈 내고 영화를 보는데 왜 상업광고를 억지로 봐야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TV야 공짜로 보는 거니까 이해를 할 수 있다. 방송국 사람들이 땅 파서 월급 받아가는 거 아니니까 당연히 광고매출로 수익을 올려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나저나, 방송료 꼬박꼬박 받는 '무늬만 공영 K사'는 왜 광고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입장료를 받고 보여주지 않는가. 그런데 왜 상업광고를 강제로 노출시키느냐는 말이지.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착석시간대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좀 횡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CF를 보려고 돈내고 영화관에 와서 앉아있진 않는다. 그냥 스크린을 비워 두기가 정 뻘쭘하다면 공익광고라도 내보내든지. 가뜩이나 어린이용 영화에, 개념없이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상업용 광고가 뿌려지니 속이 편치 않았다.
이런 건 좀 시정돼야 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상업광고 할 거면 입장료를 깎아 주든지.
【 추기 】
오늘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문득 느낀 것이, 왜 영화를 보는데 시작하기 전에 광고가 나오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한참 동안을 CF가 흘러나왔다. 예전처럼 두 번씩 반복되진 않았지만(그땐 왜그랬을까..) 지겨운 광고를 보고 있자니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내 돈 내고 영화를 보는데 왜 상업광고를 억지로 봐야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TV야 공짜로 보는 거니까 이해를 할 수 있다. 방송국 사람들이 땅 파서 월급 받아가는 거 아니니까 당연히 광고매출로 수익을 올려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나저나, 방송료 꼬박꼬박 받는 '무늬만 공영 K사'는 왜 광고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입장료를 받고 보여주지 않는가. 그런데 왜 상업광고를 강제로 노출시키느냐는 말이지.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착석시간대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좀 횡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CF를 보려고 돈내고 영화관에 와서 앉아있진 않는다. 그냥 스크린을 비워 두기가 정 뻘쭘하다면 공익광고라도 내보내든지. 가뜩이나 어린이용 영화에, 개념없이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상업용 광고가 뿌려지니 속이 편치 않았다.
이런 건 좀 시정돼야 하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상업광고 할 거면 입장료를 깎아 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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