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을 해야할 일이 많이 생긴 관계로, 새로 프린터를 하나 마련했다. 이름도 거시기한 '엡손 C82' 이후 딱 10년 만에 프린터를 들이는 듯하다. 아~ 세월 많이 흘렀다. 그새 10년 세월이 흐르다니.. 그 염병할 잉크젯 프린터는 몇 번 쓰지도 않고 그냥 고물딱지가 되어서는 이사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 다니다 종국엔 이렇게 쓰레기 처리 되고 말았다. 사무용으로 쓰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쓸 일이 거의 없기 마련인데, 문제는 잉크젯 프린터의 그 지랄맞은 노즐막힘인 것이다. 딱 한번, 비용을 들여서 뚫고는 거금을 들여서 잉크세트 갈아넣은 적이 있을 뿐, 가끔씩 아쉬운 마음에 '죽은 자식 고X 만지듯이'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마음을 접곤 했다. 다시 살리는 비용이 새로 하나 사는 비용보다 더 드는 황당한 세태를 한탄하며..
그런 인고의 나날을 거쳐, 드디어 다시 프린터를 장만해야 할 시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간의 쓰디쓴 기억도 있고 칼라 레이저 프린터가 깜놀할 만큼 싸진 이유도 있고 이차저차한 이유로 과감히 칼라 레이저 프린터를 선택했다. 뭐, 칼라 레이저 프린터를 선택한 것이야 편의성과 출력품질 등 여러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내가 S사의 물건을 내 돈을 지불하고 산 것은 다소 희귀한 이벤트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
S전자, H자동차 하면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격한 언설을 예사로 내뱉는 내가 S사의 제품을 사는 경우는 하드디스크를 사는 때 밖에 없었다.(그나마 이젠 그 하드디스크 사업부도 외국 회사에 팔아먹어 버렸다.) 수년 전에, 먹통이 된 하드디스크를 혹시나 하고 서비스 받으러 갔다가 새 물건으로 받아온 일이 있은 후로 '지랄같아도 역시 서비스는 S사야..'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그렇다고 S사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시각이 바뀐 건 아니고, 하드디스크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데이터의 저장'이라는 측면에서, 혹시나 있을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그나마 서비스가 가능한 S사의 제품을 선호하게 됐던 것일 뿐이다. X게이트, 웨스턴XXX 같은 제품은 성능이나 가격 측면을 떠나서, 그런 서비스는 아예 기대를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외산 하드디스크는 문제가 생기면 그냥 버려야 한다는.. 데이터는 오직 시간이 해결해 줄 뿐.. -.-
암튼, S사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S사의 레이저 프린터를 산 이유는 프린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쪽나라 E사와 쌀나라 H사의 기술력도 이젠 시장지배력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전문제품 부문이야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압도적인 점유율과 지배력을 유지하겠지만 가정용 제품에서는 딱히 그 두 제품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만큼 S사의 제품도 쓸만해졌다는 것이다. 정말 '쓸 만해졌다'.. 이제는 S사가 '괜찮은 디카'도 만들고 '쓸만한 프린터'도 만드는 번듯한 전자제품 제조사가 된 것이다. 그놈의 후진적인 기업문화와 교활한 영업전략 등 결코 동의할 수 없는 3류 행동방식만 좀 세련되게 바꾼다면 정말 멀쩡한 회사가 될 것이다. 있어 보이는 옷을 입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위를 가졌지만 인간은 아직 양아치 날건달 냄새를 폴폴 풍기는 언발란스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왠만하면 S사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텐데, 나도 이제 기력이 쇠한 것인가.. '그냥 좀 편하게 살자'는 얄팍한 생각이 앞선 끝에 손가락이 이리로 꼬부라졌다. "S사가 정말 쓸만해졌다." 그 날고기던, 지지않을 태양 같던 쪽나라 전자업계가 오늘내일 하며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게 된 것이 괜히 일어난 일이 아닌 것이다. 신경 쓸 필요 없었던 '허덥스런 잡것'이 어느새 목을 조이면서 암바를 걸어오는, 듣도보도 못한 컴비네이션을 걸어온 상황이랄까.. 일취월장한 S사..
초간단한 설치과정을 끝내고 테스트 출력을 해봤다. 오옷.. 놀랍다. 그냥 막용지에 프린터한 것인데 제법 그럴싸하게 나온다. 인화지에 출력을 하면 사진출력도 볼만하게 나올 듯하다. 문득 십수년 전 외산 레이저프린터와 관련된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소형차 한 대 값하던 칼라 레이저 프린터.. 토너 한개가 가정용 프린터 한개 값이었던 그 무지막지한 시절.. 비싸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기계도 고급스럽게 보였었다. 귀티가 좔좔 흐르던 그 맵시란.. 요즘 말로 "어.. 간디 작살~"이랄까..
그러나! 이제는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도 칼라 레이저 프린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 참..
그냥 프린터도 아니다. 스캔 기능도 있는 복합기다. 간단하게 복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똑같은 제품에 팩스 기능이 딸린 것도 있는데 가격이 너무 센 데다 굳이 팩스 기능이 필요한게 아니라서 이걸로 낙찰. 그나저나 또 신기한 것이, 와이파이로 무선으로 출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익숙한 위치'인 컴퓨터 곁을 떠나 베란다에 설치를 해보았다. 마침 딱맞춤인 앉은뱅이 받침대도 있고 해서 베란다에다 설치하고 출력을 보냈더니 정말 출력이 된다. 햐~ 요놈 참 신통방통하다. 공간의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컴터가 여러대일 경우 편하게 무선으로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예전 제품들과 다르게 전원 버튼도 전면 위에다가 살포시 얹어놓는 센스를 발휘한 것도 흡족하고 레이저 복합기임에도 예상보다 아담한 체구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그림에 보이는 앉은뱅이 받침대가 가로세로 42cm 짜리인데 보는 것처럼 넉넉하게 올려놓을 수 있다. 단, 전면 용지 트레이는 약간 튀어나온다. 슬림한 체구를 위해 그 정도는 감안해 줄 부분이다.
디자인도 그런대로 깔끔하고 저렴한 가격을 생각했을 때 전반적으로 나무랄데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별로 호감 가지 않는 집안 출신'이라는 점만 빼면 제품 자체로는 대충 괜찮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출력속도였는데, 레이저 프린터임에도 잉크젯 프린터스러운 점잖은(?) 출력속도를 보여준다.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에서야 상관없겠지만 긴급히 많은 양을 뽑아내야 할 상황에서는 '레이저 프린터'라는 메리트를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품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다. 쓸데없는 기대를 했다가 '돌아가시는' 수가..
같이 딸려온 '끼워주는 물건'이 두 갠데, 위에 보이는 약간 저렴해 보이는 가방과 500매 A4용지다. 뭐, 그냥 주는 거니까 아무 불만 없이 감사하게 받을 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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