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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얘기들

이건.. 너무 엽기적인가?..



식판을 하나 장만했다. 밥 먹는 식판.. 내가 무슨 공사판에 함바집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단체급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집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도 아니다. 내가 쓰기 위해 사온 것이다. -.-

한치도 어김없이, 집에서 내가 밥을 먹기 위해 구입한 식판이다. 좀 생뚱맞고, 내가 생각해도 좀 황당한 짓이긴 한데, 뜬금없고 돌발적으로 결정한 거긴 하지만 뭐 어쨌든 분명히 나의 의지로 한 엽기발랄한 짓이다. 헐..

문득, 식판에다 밥을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데없이 떠오른 것이라 기실 딱히 이유는 없는데, 굳이 한 두 가지 갖다 붙인다면 첫 번째는 설겆이하기가 귀찮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 상당한 편리를 준다는 것이다. 어쨌든 총체적으로 후려서 쉽게 얘기하면.. 귀차니즘의 발로라 해야겠지..

일일이 밥과 반찬을 덜어 담고 나르고 또 다 먹고 나면 산 같이 쌓이는 귀찮은 일거리들.. 그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ㅋㅋ 뭐 모양새는 좀 삭막하긴 하나, 원체 개인 생활적인 부분에서는 효율성을 우선하는 성격인지라 그런 것 쯤이야 별 신경 쓰지도 않는다. 다만, 마눌님이 좀 뜨악하게 볼 뿐..

아니, 집에서 식기로 먹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내 좋으면 그만이지. 밥과 반찬을 꼭 그릇에 담아서 격식에 갖추어 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밥을 식판에 먹는다는 것이 결코 삶의 격을 떨어뜨린다든지 한 일은 아니다. 그냥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지.. 편할 수만 있다면 삶의 격조는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

세상사 어지간한 것들은 내가 좀 따지는 편인데, 개인적인 생활에 관계된 것들은 매우 효율을 추구하는 편이다. 막 살아온 환경의 탓이기도 한 것같고, 남 시선 의식 안 해도 되는 부분에서는 그냥 "내가 내 스스로에게까지 까다롭게 굴 거 뭐있냐" 하는 피로감의 표출인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결혼하기 전에 수년간 자취를 했었는데, 아마도 그때의 생활패턴이 자연스레 생활습관에 남아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집 안에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매우 귀찮은 것들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일거리 안 만드는게 장땡이다.. 하는 극도의 편의주의가 몸에 배었었다.

당시에 가장 힘들었던 건 빨래였는데(세탁기가 없었다..- -), 빨래는 힘이 드는 일이었다면 설겆이는 힘은 들지 않으나 귀찮은 일이었다. 대개 그렇듯 먹고나면 설겆이 하기 싫다. 그래서 차곡차곡 모이다가 더 이상 쓸 그릇과 수저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설겆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설겆이를 최대한 안 해도 되는 방식으로 밥을 먹게 되었다. 설겆이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줄이는 방법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그 결과, 밥을 먹고 나면 밥 그릇 하나와 젓가락 한짝만 나오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쨌든 그런 습속이 남아있는지라, 먹는데 관련된 것은 지금도 매우 간소한 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거 뭐 번거롭게 할 거 뭐 있나, 그냥 식판 하나에 젓가락 한짝이면 되지.(난 원래 숟가락을 쓰지 않는다. 국을 먹지 않는 탓도 있고..) 귀찮은 일거리도 줄이고 물도 절약하고..ㅋㅋㅋ

최근에,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음식량도 좀 조절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차저차 잘 됐다 싶다.

이 식판이란 녀석, 이래저래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넘이다. 운반도 편하고, 가볍고, 깨질 염려 없고, 밥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다 적용할 수 있다. 게다가 설겆이도 편하니 얼마나 좋은가. 보기에 좀 삭막한 것만 참을 수 있다면 매우 괜찮은 아이템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좀 엽기적이긴 하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