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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블로그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간 후 느낀 것들..



주말에 글을 하나 올렸다. 평소하던 대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주절주절 늘어놓은 다음 대충 정리해서 올렸는데 그게 사단이 될 줄 몰랐다. ^ ^

문득 다시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난데없이 방문자수가 폭증하고 댓글이 줄을 잇길래 뭔일인가 하고 봤더니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뜬 거였다. 글이 포털 메인에 뜬다는 것은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럴 땐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도 내 개인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와주는 것은 고맙고 좋은 일이기는 하나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다보니 사실 좀 당황스러움이 앞섰다.

난 평소 시사 쪽의 주제로 글을 많이 쓰는 편이고 남들 듣기 좋은 소리 보다는 내가 하고싶은 소리 위주로 막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실 포털사이트 메인에 소개될 정도의 글은 좀체 나오질 않는다. 대개는 좀 격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글은 거의 나오질 않는 것이다.(글 솜씨가 모자라서라고는 생각 안 한다. 어쨌든 생각은 자유니까..^ ^)

주제도 주제지만, 나의 글은 말투도 딱딱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습니다'체가 거의 없다. 지금 쓰는 글도 그렇지만 '..이다'체를 쓰고 있다. 그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글은 이와 같은 말투가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다. 자칫 매우 건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동호회나 카페와 같이 친분을 전제로 한 상대가 아니라면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돈 안들이고 욕실 꾸미기'와 같은 말랑말랑한 주제에다 '..습니다' 식의 살가운 말투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부담없이 볼만한 글스타일은 아니다.(간간이 그런 주제로 글을 쓰긴 하는데 잘 안된다..^ ^;) 그래서 나도 히트수 따위는 별 신경 쓰지 않고 내 하고 싶은 얘기 위주로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은 블로그라는 내 개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어느 정도 양해 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느닷없이 다음 메인에 노출 되면서 사단이 생겼다. 내가 기대하지 않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이 돼버린 것이다. 내 공간에서 내 뜻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그냥 바라만 보는 수밖에 없었다.

평소 백여명 남짓한 방문자들이 들락거리던 한적한 내 블로그가 일시에 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혼잡한 곳이 되었고 그것은 단 하나의 글 때문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좀 있는 글이라 방문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소 직설적이었고, 나도 그런 것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4~50개 가량 댓글이 달릴 때까지는 응대를 했다. 그정도 하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포털 메인 노출의 위력은 엄청났다. 댓글이 순식간에 100개를 넘어갔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미 내 것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 그냥 놔버렸다. 격류가 몰려올 땐 헤엄치기 보단 그냥 떠내려가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내가 쓴 글이지만 이미 내것이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에게 맡겨야 했다.

더이상 대응은 하지 않았지만 3분의 2정도는 댓글을 읽었다. 격앙된 반응들이 많았다. 성질이 치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댓글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고 또한 나의 글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난하게 받아들여질 만한 내용과 외피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니까 그냥 비를 맞아야 했다.

절대다수의 댓글들이 나의 의견에 반대를 했다. 노골적인 야유성 댓글이 대다수였다. 물론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다. 문제는,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그냥 추천만 누르고 가거나 그냥 읽고 가는 사람이 다수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의 격한 감정을 댓글을 통해 남겨 놓기 때문에 댓글에는 반대가 주류였다.^ ^ 물론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반대의 의견이 훨씬 많은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글이 그다지 호소력이 있거나 매력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격한 반응을 보면서, 나는 몇번이나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내가 쓴 글이니 객관적으로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차분히 읽어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첫번째는, 주제 자체가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주제란 것이다. 이종범 선수가 게임 중에 관중에게 캔투척을 당한 것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다. 단순히 야구 플레이에 관한 것이라면 비교적 쉽게 시시비비가 가려질 테지만 이런 종류의 주제는 딱 잘라 구분을 하기가 어렵다. 이견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팀,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는 게 팬에게는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반하는(것으로 보이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냉철해지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사람들보다 더 냉철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쪽이건 저쪽이건 어떤 의견을 가지게 됐을 때(더구나 그것이 감정적인 부분이 포함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대개 상대의 의견을 듣고싶어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당연히 내글이 많이 부족한, 또는 적절치 않은 외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말로 했다면 대부분의 사람을 동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하고 인정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 써놓다보니 행간에 생략된 것이 많아지고 나의 의도에 상관없이 표현방식으로 인해 오해를 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그냥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나의 표현이 거칠게 느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도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다분히 논쟁을 좋아하고 다소 격정적인 말투를 즐겨 사용하다보니 그렇지 말아야 할 글에도 자연스레 그런 식의 표현이 스며들게 된다. 나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쌩 모르는 타인이 볼 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문제의 그 글을 찬찬히 읽어 보았을 때, 다소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말이라도 좀더 둥글둥글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보였다. 글을 읽는 사람이 나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도 '좀 재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밝혔듯이, 그냥 어차피 수십명 정도 보게 될 테고 별다른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좀더 온건하게 한다거나 표현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거칠면 거친대로 나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것이 만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보게 되면서 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시험용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물건이 상품으로 팔려서 말썽이 생긴 것에 비견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어야 할 테지만, 습관이란게 무서운 것이, 그런 생각을 미처 할 수 없었다. 내가 전에 사람들의 이목을 좀 끌어줬으면 좋겠다 하고 쓴 글들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냥 사장됐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고 원하지 않던 글이 이목을 받게 되어 난감했다. 난 그냥 나의 견해를 밝혀놓고 싶었던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니까.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 놓을 요량으로 써 놓은 것이었다.

세상 일이란게 참 모순이 있을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좀더 글을 정리를 해서 꼼꼼하게 쓰고, 어떤 쪽의 입장도 취하지 않고 "이 부분은 이점이 문제라고 볼 수 있고, 저 부분은 저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중간자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제된 표현을 써서 무난하게 글을 썼더라면, 그리고 제목도 좀더 유연하게 뽑았으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좀 거칠고 문제성 있는 표현들이 사람들의 관심과 전투욕을 자극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의도하고 한 건 아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모순적으로 보인다.

말끔하게 써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것과, 거칠게 써서 사람들의 이목을 좀더 집중시키는 것 중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이번에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돼버린 것이지만, 그것을 의식하고 쓴다면 모순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 매체든 심지어 오프라인 매체조차도 자극적인 타이틀과 소재를 찾는 것일 게다. 그곳들은 수익성을 제1차로 생각하는 곳이라 일단 많이 불러모으는게 급선무일 테니까.

상황이 재미있다. 만약 만명 이상이나 내 글을 볼 줄 알았으면 난 분명 매우 깔끔하고 유연하게 내 논리를 전개시켜 나갔을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매체 기자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자신의 글을 읽는 대상의 수를 대충 알 수 있다. 오프라인 매체면 발행부수란 게 있고, 온라인 매체면 일일방문자수가 대략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블로그에 대충 끄적이는 나는 그런 계산을 할 수가 없다. 그냥 늘 그렇듯이 몇 십명 왔다가 별 일 없이 지나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블로그라는 공간은 공개돼 있긴 하지만 다분히 개인적인 공간이라 일정부분 개인적인 성향을 여과없이 투과시키는 일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대중매체의 글과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미묘한 사안에 딱 걸리게 되면 그 모든 불리한 조건들이 여과없이 노출돼 버린다. 집에서 쓰려고 목공소에서 각목 하나 사들고 들어오다가 건달들 패싸움하는 상황에 딱 부딪치는 꼴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건 뭐 설명하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상황에 말려들게 된다. 나의 의도가 어찌됐건 상황이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다. 에이 씨.. 하면서 냅다 뛰는 수밖에 없다. 거기서 건달들을 이해시키려 들다가는 맞아죽기 딱 알맞다.

써 놓고 보니 예가 또 거친데(^ ^) 물론 나의 글에 반대하는 댓글을 단 댓글러들이 건달이라는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내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의미이다. 뭐 어쨌든 그것조차도 나의 업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한번 소동을 겪고 나니 적당히 뒷문은 좀 열어놓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성향상, 어차피 앞으로도 말랑말랑한 글 보다는 딱딱하고 전투적인 글을 쓰는 일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분란을 바라진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쓸데없는 것으로 타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지 않다. 나에게 돈 한푼 안 들어오는 일로 끊임없이 뭔가를 방어해야 하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 될 테니까. 더불어, 나의 공간에서 나의 통제력이 미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도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쨌든 남의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 모든 사단은 나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 일단 좋은 경험으로 받아넘기려고 한다.

교훈을 하나 얻었다.

"문제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는 글과 그냥 단순히 감상을 표현하는 글을 좀더 확실히 구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