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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생각하며

꿈에 나온 수수께끼의 단어 '비량도'



일주일 쯤 전에, 희한한 꿈을 꾸었다. 나는 대개 밑도 끝도 없고 맥락도 없는 '개꿈'을 주로 꾸는지라 꿈 내용이 그닥 심도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가 '참으로 얄궂다, 요상스럽다, 기이하다, 의미심장하다..' 하고 생각한 꿈은 평생에 서너번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 며칠 전에 그 중 한 개로 들어갈 만한 요상한 꿈을 꾼 것이다.

꿈의 내용인즉 매우 단순하다.

장소불명 시간불명 상황불명인 가운데 내 시각에 어떤 화면(또는 펼쳐진 책)이 보이고 거기에 어떤 글이 써 있었다. 거기에는 '否量道'라는 글자가 한자로 써 있고 마치 사전 처럼 그 옆에 설명이 붙어 있었다. 표제어와 설명으로 이뤄진 것이 형식은 딱 사전의 형식인데 조금 다른 것은 否量道 말고는 아무런 다른 표제어는 없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否量道라는 이 요상한 단어의 설명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바둑에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수. 상대방이 대응도 할 수 없고 타개도 할 수 없이 만들어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수."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꿈 속에서 이 내용이 내 눈에 보인 것 말고는 어떤 상황도 이야기도 없었다. 그냥 그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꿈이 깼는데, 비몽사몽 간에도 '희한하다..'하고 생각해서 꿈을 깨고 난 뒤에도 기억을 해두었다.

꿈에서 그 글을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을 '비량도'라고 읽었다. '否'는 대개 '부'로 읽는 것인데 왜 굳이 '비'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비량도로 읽었는데, 다음날 하도 이상스러워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역시나 세상에 존재하는 말은 아니었다. 당연하겠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니까.

나는 바둑을 잘 두는 축은 아니지만 흥미는 가지고 있는 편이라, 바둑 용어도 대충 알고 바둑 용어에 비교적 친숙한 편이다. 치중, 꽃놀이패, 복기, 촉촉수, 유가무가 등 바둑에서 흔히 쓰는 용어들을 일상용어로도 가끔씩 사용하는 편이기에 바둑 용어라면 내가 듣도보도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기묘한 글자의 조합이 왜 꿈에 등장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상대를 일격에 거꾸러뜨리는 결정타를 뜻하는 말이라니, 도대체 무슨 조화속인지..

꿈을 꾸고 며칠을 생각해봤는데 당체 모르겠다. 개꿈인가...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뭔가 심오한 것 같기도 하고..

인생 한방이라더니 내 인생에 한방이 온다는 것인지.. 뭐,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어쨌든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려고 한다. 잘 모르는 것은 일단 좋은 게 아니겠는가. 나에게 멋진 한 수가 있다는 의미일 거라고 믿으련다.

내 인생에 비량도의 한 수는 어떤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