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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생각하며

매미를 보고 문득 떠오른 단상..

(내 방 방충망에 와서 앉은 매미 녀석..)


토요일.. 매미 한 마리가 내 방 방충망에 와서 앉았다.
다소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때 되면 어김없이 와서 여름 노래를 불러주는 기특한 넘들이다.
새삼 느끼지만, 이 녀석들을 가까이서 보면 참 아름답다. 아니, 아름답다기보다 어떤 포스가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곤충 중에는 나름 귀티가 있고, 독특한 포스를 뿜어내는 족속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긴 시골이라 매미가 간혹 날아온다. 작년에도 커다란 넘이 한 마리 왔었던 기억이 난다.
가까이서 볼 기회는 잘 없으므로 냉큼 내쫓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역시 신비롭다.
특히 저 큰 날개는..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비슷한 종일 텐데 나방하고 어찌 이리 느낌이 다르냐..
나방은 생각만 해도 몸이 간질거리는 분말 곤충.. 반면 매미는 소리마저 청량감을 주는 까실까실한 넘.^ ^

매미 녀석을 물끄러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매미는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애벌레?.. 날벌레?..
마구마구 궁금하다.

녀석 일족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지낸다.
말이 애벌레지 사실은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간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는 탈피를 통해, 땅 속을 꾸물거리던 그 개체가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존재가 되어 비상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극적인 반전인가.
땅 밑을 기어다니다가는 땅 위를 뛰어다니는 족속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박에 날아오르는 존재여..

수년에서 십수년의 긴 세월을 땅 속에서 꾸물거리는 비루한 존재로 지내던 매미는 어느 한 여름 갑자기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며칠의 비상을 끝내고는 미련 없이 삶을 마감한다. 참 슬프도록 아름다운 비상이 아닐 수 없다.

매미가 날개를 달고 비상을 하는 것은 물론 기분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생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화려한 환골탈태의 그 극적인 변신은 오로지 짝짓기를 해서 후세를 남기려는 목적인 것이다.
그리하여 녀석들은 그렇게도 처절하게 울어댄다.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날을 땅 속에서 꾸물거리고 지냈는가 말이다.
그들은 울기 위해 나왔으니 그렇게도 울어대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 짝을 찾지 못하면 십년세월 도로아미타불이 될지니..

아무려나, 나의 의문은 그래서 이것이다.

"과연 녀석들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

벌레가 원래 녀석들의 모습인가? 아니면 우리 눈에 띄는 날개달린 날곤충 매미가 본모습인가?
녀석들은 인생의 99%를 땅속에서 벌레로 지내다 생의 마지막에 단 며칠을 날곤충으로 지낼 뿐이다.
그것도 생식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그러니 우리가 매미를 매미로 인식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식을 위해 허덕거리며 날아다니는 그 모습만 보고 그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똥 마려워서 종종걸음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이 내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것은 어쨌든 싫은 것이다.
요컨대 매미의 모습이란 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잠시 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어쨌든 녀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생식이다.
인간은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녀석들은 그게 제일 중요하므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 그 목적을 이룰 뿐인 것이다.
최종 목적을 그 존재의 정체성으로 규정해주는 것이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네.

녀석들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을 땅 속에서 지내는 것일까..
예전에 어디서 매미 종속이 탈태해서 짝짓기를 하는 해를 스스로 조절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역시, 생존에 가장 적합한 개체수를 확보하기 위해 그냥 땅 속에서 대기하는 것 뿐일까.. 그 오랜 세월을..
궁금하네..

암튼, 여러모로 신비로운 넘들이다. 극적인 삶의 사이클도 그렇고.
사실 대개의 곤충류들이 그런 과정을 거치겠지만, 이 매미라는 족속은 특별히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아름다운 노랫소리 때문인가..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나온 절박함 때문인지 그 노랫소리도 더 처절하게 느껴지는 것같고.

곤충류로는 좀 독보적으로 비장미를 갖춘 족속이 아닐까.
매미란 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