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지났건만 천안함은 여전히 말이 없다. 서해바다 깊이 가라앉았던 선체는 건져올렸으나 그 진실은 같이 건져올리지 못했다. 아니, 같이 건져올렸을 것이로되 어떤 극악한 무리들에 의해 유폐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진실 따위는 상관없는 나라가 되었고, 엄청난 거짓을 꾸며낸 자들은 아무일 없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계속 대한민국을 해쳐먹고 있다. 신의 가호는 그들에게만 내리는 것이 틀림없다.
굳이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상식과 진실을 택할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궁극에는 영속한 불편으로부터 나를(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당장 이로움을 가져다 주지 않더라도, 당분간 고난 속을 헤메이게 만들더라도 그것을 지켜야만 항구적인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세상은 정의롭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정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 (우리가) 정의롭지 않아도 된다는 면피의 구실이 될 수는 없다. 비겁한 변명이 될 뿐이다. 간단한 것이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정의를 추구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의는 신의 손으로부터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인간의 손에 의해서만 지켜지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지킬 때 그것이 우리를 지켜준다.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정부와 국방부가 믿으라고 강요한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진실은 믿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받아들여지는 것일 뿐이다. 믿어야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진실이 아닌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진실이라면 굳이 윽박지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늘에 태양이 있는 것을 굳이 믿을 필요가 있는가. 믿고 안 믿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진실된 것일수록 그대로 놔두면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뭔가 포장이 돼있거나 자꾸만 포장을 하려고 하면(믿으라고 강요하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진실은 꾸밀 필요가 없다. 천안함의 침몰이 북의 소행으로 인한 것이 맞다면 굳이 어뢰 파편 같은 것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일반인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화학공식을 동원해야만 하는 화학전문가의 흡착물 분석이 필요하지도 않다. 미국과 한국의 최정예 해군병력이 밀집해 있는 해상에서 깜쪽같이 천안함을 두동강 내고 도망칠 수 있는 정도의 잠수정이 어떤 급의 성능을 가져야만 하는지 복잡한 계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히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증거해 줄 뿐인 것이다.
너훈아가 나훈아 흉내를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메이크업과 손짓 하나하나까지 깨알같은 디테일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훈아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난닝구 하나 걸치고 슬리퍼 끌고 동네수퍼에 나가도 나훈아인 것이다. 내가 나훈아인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목이 깔깔해서 평소 목소리와 달리 불러도 나훈아다. 그것이 바로 진짜의 힘이다. 진짜는 꾸밀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가짜는 '진짜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야 한다. 조금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방부가 몇번씩 말을 바꾸어가면서 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공들여 주장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그 자체가 이미 뭔가 꾸며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와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북한 폭침설을 그렇게 정성들여 아구를 끼워맞추는 것은 불신론자들의 문제제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다. 나훈아는 자신이 나훈아인 것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뭔가 자꾸 증명하려고 든다면 그 사람은 필시 '너훈아'일 것이다.
진실은 반박할 필요가 없다. 그냥 놔두면 스스로 드러난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니 태양이 없어졌다고 믿는 바보들에게 구름 위에 태양이 있다고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다. 비 내리고 구름 걷히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써 증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다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단순하고 기본적인 질문에 복잡하고 전문적인 대답을 내놓는 정부와 국방부의 태도는 진실에 대한 의구심만 더욱 키워놓았다. 사고당시 천안함은 뭘 하고 있었나, 어디서 침몰한 것인가, 왜 바로 인양하지 않았나, 한 준위는 왜 엉뚱한 곳에서 작업하다 죽었나, 절단면을 숨긴 이유는 무엇인가, 절단면은 뭘 말해주는가, 실종자는 어디로 갔는가, 배가 두쪽으로 갈라져서 침몰한 사고의 생존자들이 왜 그리 멀쩡한가 등등.. 사실 가장 기초적인 의문이자 손쉬운 답변이 가능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고 간단한 답 대신 어렵고 복잡한 변병만을 들어야 했다. 이것은 과연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국민들 밥도 못멕여서 굶겨죽이는 가난한 나라의 허덥한 잠수정이 미국과 한국의 정예해군이 훈련중인 해상에서 우리측 함선 하나를 폭침시키고 달아난 만화같은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것은 일단 차치하더라도(그렇다고 우기니까) 도대체 천안함이 침몰한 원인조차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결과발표를 어떻게 믿으라 하는가.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인가? "믿는 자는 국민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빨갱이니, 믿는자는 천국의 문앞에 있음이요 믿지 아니하는 빨갱이들은 지옥의 유황불을 피치 못하리라."인가? 아멘~
상식과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무지와 광기가 지배하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들의 시대에나 가능했을 법한 이런 터무니없는 쇼를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 남이 나를 바보라고 불러서 내가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바보가 된다. 사기를 치려고 하는 자들이 작전을 걸어서 사기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사기인 줄 모르고 덥썩 물면 사기가 된다. 저들이 내어놓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냥 받아들이면 세상은 평화로울 수 있겠으나 우리는 바보가 되고 세상은 상식과 이성이 없는 암흑천지가 되고만다.
진실은 때때로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만이 거짓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오는 자는 웃는 얼굴을 하고, 나를 도와주러 오는 자는 화난 얼굴을 하기 마련이다. 사탕은 달콤하기는 하나 내 몸을 상하게 하고 약은 쓰지만 내 몸을 살린다.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밖에 없다.
후에, 누가 이 말을 기억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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