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려운 문제네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 모두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독도에 대한 추성훈의 트위터 답변이, 떠들기 좋아하는 촉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나보다. 기실 독도에 대해 추성훈에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매우 아름답지 못한 행동이다. 다분히 그를 엿먹일려고 하는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아이에게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 것은 그 아이를 괴롭히려고 하는 목적 이외의 그 어떤 의도도 찾기 힘든 쓰레기같은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추성훈은 유명인이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얼마든 그런 질문에 노출될 수 있다. 그것은 대중의 권리, 대중의 즐거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또한 얼굴 팔고 이름 팔아서 먹고 사는 자들의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잘 해야 시쳇말로 그 바닥에서 '능력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좀체 어색하고 불편하고 잘 되지 않는다면 적성에 맞지 않으니 딴 일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고. (가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인권 운운하는 '맹랑한 연예인'들이 있던데 참 가소롭기 짝이 없다.)
일본어가 좀 되니까 위의 간단한 트위터 내용을 옮겨 본다면, "아키야마 씨, 타케시마는 일본과 한국 중 어느 쪽의 영토라고 생각하세요?"라는 한 일본인의 질문에 추성훈이 "음.. 어려운 문제네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 모두의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답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냥 생까면 될 것을 굳이 난처한 질문에 대답한 것을 보면 추성훈이 운동선수답게 꽤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란 것을 알 수 있다. 머리 굴리고 요령껏 피하는 정도의 기본적 처세술조차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추성훈의 입장에서 (피하지 않는다면) 가장 최선의 답변이라고 본다. 물론 무난하게 가는 길은 요령껏 피하는 것이다. 추성훈이 정치인도 아닌데 굳이 의도가 보이는 그런 악의적 질문에 따박따박 성실히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추성훈이 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나에게 "넌 왜 한국사람으로 태어났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내가 답할 수 있겠는가.
추성훈에게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왜 말 못하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으로 잔인하거나 무지한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한국사람도 아니요 일본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한국사람이기도 하고 일본사람이기도 하다. 한국의 입장만 대변할 수도 없고 일본의 입장만 대변할 수도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다른 쪽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둘 다 부정하면 양쪽 모두에게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추성훈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 밖에 없다. 둘 다 긍정하는 것이다. "한국의 것이기도 하고 일본의 것이기도 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추성훈이 요령 좋은 뺀질뺀질한 성격이라면 적당히 둘러대고 회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방법이었을 것이다. 악의적인 질문에 약간의 위트를 곁들여서 웃음의 코드로 승화시켜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 있었을 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추성훈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만약 그가 대답을 하려고 한다면 "둘 다의 것이다." 보다 더 나은 답변의 경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어려운 선택에 몰리게 되는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고약한 질문에 최선의 대답은 "엄마 아빠 다 좋아" 밖에 있을 수 없다. 둘 다 만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둘 다 실망시키지는 않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답이다. 굳이 말하자면 장난스러운(혹은 의도가 불순한) 질문에 추성훈이 지나치게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 밖에 없다. 여기서 추성훈에게 더 무엇인가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 불만 혹은 욕망을 추성훈에게 투사시켜 자신의 어그러진 욕망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악취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추성훈은 한국인이나 혹은 일본인이라기 보다 세계인이다. 그의 정체성은 개별적인 민족 혹은 국가의 잣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대세의 경우도 그렇지만, 그들 재일교포 혹은 혼혈인들은 코스모폴리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 편에 들어오든지 아니면 일본 가서 살아라.'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옹졸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을 세계인으로 인정하면 앞의 질문도 불필요한 것이고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특별히 문제가 없다. 결국 문제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왜 한국 땅이라고 안 하냐..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것 아닌가. 종교재판 사상검증 이런 것 다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던가. 왜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들을 들고 나와서는, '되니 안 되니, 맞니 안 맞니' 야단법석들인지.. 좀 촌스럽다.
추성훈에게 그런 질문을 한 일본인이나, 그걸 들고와서 어떻네 저떻네 설레발을 치는 것이나, 거기서 거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거 좀 하지 말자. 자꾸만 유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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