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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옥세설(褐玉世說)

연평도 '1'과 천안함 '1번'의 야합, 그 눈 뜨고는 못 볼 불상사.



난 신문나부랭이를 보지 않는데, 우연히 J일보를 보게 되었다. 1면에 대문짝만하게 사진을 박아놓고는 이번에 연평도에서 발견된 폭발물 파편에서 '1'이라고 쓰인 것이 발견되었고, 이것은 천안함 때의 '1번'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번 일로 천안함의 소행까지 밝혀진 것이며, 그동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그들의 관점)'를 보내온 자들은 할 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인즉, 이제 재론의 여지 없이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들어와서 잠시 포털의 제목들을 훑어보니, 돼먹지 않은 조선,중앙,동아 쓰레기 재활용 폐지공장을 필두로, 각하의 충성스런 입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방송들에서도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는 모양이다. 참.. 가관이다.

내 이제 이런 잡스런 일에 입 하나 거드는 짓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하는데도 도대체 성질을 다스릴 수가 없다. 그래 다시 분노의 자판질을 시작할 참이다. 참 우스운 일인데, 매번 이런 걸 가지고 울화통을 다스려야 하는 것도 참 지겹다. 신물이 난다.

그들, 사고력이 바퀴벌레 수준이거나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기질을 치려고 하는 그들이 말하는 것은 바보스럽게 간명하다.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 파편에서 (고맙게도)'1'이라고 쓰인 손글씨가 발견되었고, 그것은 여지 없이 천안함 사건의 '1번'과 유사하니 이것으로 북한은 자승자박을 한 것이며, 이것으로 천안함 사건까지 뭉뚱그려서 북한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국내에서 '불경스럽게도' 각하의 말을 믿지 않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어온 자들은 X 물고 반성해야 할 것이란 것이다.

참으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아니, 눈물날 지경이다. 그들은 그렇게도 천안함 사건의 '허덥한 알리바이'가 마음에 걸렸던 게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려고 해도 차마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인간적 양심을 떨치기 힘들었던 게다. 그런데 요고 잘 걸렸다. 요고면 그 허덥하던 시나리오가 그나마 조금 번듯해지게 된 것이다.

이거 참.. 사고력과 논리의 수준이 초딩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 허덥함은, 당체 견적도 안 나온다.

미안하게도, 저 닭대가리들의 논리가 맞으려면 천안함의 '1번'이 명백히 진실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천안함의 파란매직 1번은 여전히 북한이 썼다는 증거가 아무 것도 없으며, 심지어 어뢰 파편 자체가 천안함을 두동강 내는데 사용된 것이란 증거가 매~~~~우 부실하다. 퍼센티지로 하자면 수학적으로 거의 관련성이 없다고 해야할 정도의 확률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와 같은 황당한 시나리오를 믿으라고 윽박질렀었다.

어려운 논리학 갖다 댈 필요도 없다. 그런 거, 나도 모른다. 머리 좋은 자들만 하는 그 복잡한 논리학, 난 알지 못하고 배운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그런 복잡한 논리학적 수사가 전혀 필요없는 단순한 사건이다. 뭐냐면,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결론도 틀렸다는 것을 나는 알 뿐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엉뚱한 전제를 깔아놓고는, 거기다 논리를 쌓아봐야 나오는 결론이란 너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기본이.

천안함 '1번'이 확정범이 아닌데 연평도'1'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어떻게 천안함 '1번'이 확정범이 되는가. '1'과 '1번' 사이에는 과연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이거 좀 우습지 않는가?

A라는 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B라는 지역에서 비슷한 유형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범인이 잡히면 그 범인은 '자동으로' A사건의 범인이 되는가? 이거 참 편리한 사고방식이다. 세상에 해결 못할 사건이 없겠다. 그냥 갖다붙여서 다 잡아넣으면 되겠다. 검거율 100%의 치안대국이 되겠다. 이거.. 과연 옳은가?

참.. 민망하다. 손발이 오글거려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이런 것이 정의인가? 이런 것이 상식인가? 이런 것이 논리인가? 아니, 이런 것인 인간인가?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이런 허덥스러운 논리가 조중동 쓰레기 폐지공장과 방송에 넘쳐난다. 멀쩡한 사람도 이렇게 언론 도배를 당하다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판이다. '미쳐 돌아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군인과 민간인 여러 명이 죽었다. 국방이 무너졌으며 국민들은 생활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국이 되었다. 함에도, 오늘날 이런 참담한 일을 불러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사죄의 말은 한 마디도 뻐끔하지도 않고, 오히려 전쟁질을 부추기며 광란의 살육잔치를 벌이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닌다. 기가 차고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 인간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수년전에 어떤 영화에 이 말이 나와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 부탁이건데, 정의롭진 못하더라도 흉악하진 말자. 인간답진 못하더라도 개자식은 되지 말잔 말이다. 황색잡지도 아니고, 메이저 언론에서 이렇게 추잡한 양아치 짓거리를 버젓이 하는 이 사회가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

제발 좀, 사기를 치더라도 그럴듯하게 판 벌려 놓고 치란 말이다. 그래야 못 이기는 척 속아라도 주지. 도대체 이런 허덥한 판을 벌려놓고 속이려고 들면 내가 너무 굴욕적으로 느껴져서 차마 속아주지를 못하겠단 말이다. 건달질 할 거면 하다못해 조폭질이라도 해야 뜯겨도 참을 수가 있잖냐고. 얄구진 양아치 새끼들이 난닝구 입고 와서 뜯어가면 뜯기는 기분도 더럽다 말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명백히 백주대낮에 대로 한복판에서 야합질을 하고 있다. 참...눈뜨고 못 보겠다. 민망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존재감에 비애를 느낀다. 인간으로서의 치욕감을 느낀다.

개따라지 언론과 개따라지 정권이 야합하는 추접한 꼬라지를 두 눈 뜨고 억지로 보고 있어야 하는 심정이 참,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