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써오던 윈도우XP를 버리고 윈도우7로 갈아탔다. 사실, 쓰는데 별 불편함이 없고 오랜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닥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과감하게 결정을 해버렸다. 뭐 어쨌든, 언제까지 부둥켜 안고 살순 없지 않은가..
계기가 전혀 없진 않았다. 아이튠즈를 깔았다가 어디가 문제가 생긴 것인지 깔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말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잡스 형님은 왜 이따구 걸 만들어가지고선.. 괜시리 잡스 형님을 탓해보지만 무망한 짓일 뿐. 목 마른 넘이 우물 파는 것이니 컴터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손을 봐야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아 구찮다...
윈도우 새로 까는 것이야 이골이 난 터라 별 어려울 것은 없으나 그놈의 귀차니즘.. 그리고 어디 화풀이 할 데도 없는 '묻지마 분노'가 종국에는 10여년 만의 윈도우 업그레이드로 귀결된 것이다. 애매한 윈도우XP는 그리하야 나와의 오랜 유착관계를 정리하고 자의반 타의반 내 컴터에서 내려오게 되고야 말았다. 안뇽..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 또한 정한 이치거늘.. 슬퍼하지 말게나..
우발적인 충동에 의해 이별을 고하긴 했으나 윈도우XP는 참으로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준 착한 OS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어낸 운영체제 중 윈도우95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한 운영체제였다고 생각된다. 윈도우95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리를 잡았다면 윈도우XP로 화려한 전성기 시절을 보냈다고나 할까. 모바일 컴퓨팅 시대로 접어들면서 앞으로 IT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예전만큼의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말그대로 화려한 시절의 상징적인 제품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난 윈도우XP를 조금 늦게 쓰기 시작해서 아마도 8~9년 정도를 쓰지 않았나 싶은데, 안정성이나 기타 편의성 등등 기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였던 어떤 운영체제보다도 만족하면서 썼다. 그동안 윈도우XP를 깔았던 횟수만 하더라도 100 단위는 안 넘어도 줄잡아 수십번은 설치했던 것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년에 몇번은 다시 깔아야 했으니까. 그러고 보면 설치화면이 참 친숙했던 유일한 운영체제였던 것같다. 뭐, 일반 응용프로그램 설치하듯이 깔아댔으니 그럴만도 하다. 은행원 돈 세듯이 무감각하게 설치를 하게 되고, 설치 중에 나오는 그 낯간지러운 홍보문구가 저절로 외워질 정도였으니..
손에 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은 과히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여러 모로 편한 점도 있으나 습관적으로 하던 것들을 할 수 없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봐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번잡스러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야지. 이런 것들이 귀찮아져서 변화를 거부하면 뒷방 늙은이 되는 거다. ^ ^
그나저나.. 저물지 않을 것같던 MS의 위세도 이제 한풀 꺾인 것인지.. 세월이 무상도 하다. 거꾸러졌던 애플이 다시 살아나 모바일 생태계의 맏형 노릇을 하며 앞서나가고 있고, MS는 바뀐 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벤치신세가 되어가고 있으니 상전벽해라 아니하지 아니할 수 없다... -.-
오랜 친구 XP를 떠나보내며 훌~한 마음에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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