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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얘기들

매우 많이 늦은(!) 아이패드2 구입 및 사용기..



아이패드2를 구입했다. 한 2주 정도 사용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나도 "참 요모조모 재미난 놈이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무엇에 쓸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글쎄 딱히 뭣에 필요할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놈인가 하면 또 이렇게 저렇게 쓰다 보면 참 기특하게 재미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랄까. 그렇다, 이놈은 어디에 꼭 필요한 생산도구라기 보다는 삶을 재미나게 해주는 장난감에 더 가까운 것이다.

장난감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쓸데없진 않다. 왜냐면 시대가 그런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말랑말랑해져서 이제는 진지하고 엄숙한 것보다는 가볍고 재미난 것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아닌가. 소프트한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게임과 인터넷이 거대한 산업이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어린애 장난질 같은 짓거리들이 중요하고 진지한 일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올 봄 아이패드2가 처음 출시됐을 때 사실은 아이패드2를 사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의 소박한 바람은 마눌님의 시니컬한 반응과 함께 우습게 묻혀버렸다. 자존심 좀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 내 맘대로 되는 게 있던가. 그렇게 반년이 흐르고 난 이 시점에 다시 사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우연히 Home+에 갔다가 그만 낚여버린 것이다. 물론 이쁜 언니의 감언이설에 엮였던 것은 아니다.(내가 그리 허술한 놈은 아니다. -.-) 전시되어 있는 아이패드2를 한번 만져보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운명을 느꼈다. 이건 내가 가져야겠구나..하는.. 좀 우습고 유치하긴 한데, 진짜 그렇게 느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노탱이 아저씨를 홀릴 만큼 녀석은 매력이 있는 놈이었다.

뭐, 대단한 뭔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 예쁘장한 용모(?)와 손에 착 감기는 손맛.. 거기에 그냥 홀렸다. 이건 뭔 여자도 아니고.. 쩝스.. 암튼, 한번 손에 들고 그 야리야리한 몸매에서 풍겨오는 감촉을 느끼니 홀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잡스 형이 기계에다가 또 무슨 마법을 부리신 건지.. 에헐..

전에 아이패드 오리지날 버전이 처음 나왔을 때, 그때도 어딘가에서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냥 괜찮네.. 정도의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손맛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야.. 정말 새끈하다..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화면이 스윽스윽 넘어가는 느낌도 좋고 인터넷도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반응 속도를 보였다. 뭐, 껍딱에 홀려서 내용물도 더 좋아보인다.

결정적으로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은 같이 놓여있던 갤럭시탭 10.1이었다. 국산과 외산을 굳이 비교하는 것이 좀 미안하긴 한데, 삼성이 여전히 신경을 더 써야할 것이 이 감성적인 부분인 것같다. 처음 아이패드2를 만져보고 옆에 있는 갤럭시탭 10.1을 만져봤는데, 처음 손에 느껴지는 그 둔탁함이란.. '아, 이건 좀 아닌것 같다..' 그런 느낌이었다. 뭐 스펙이나 가격, 활용도 이런 걸 떠나서, 그냥 손에서 딱 느껴지는 손맛에서 이미 상대가 안 되었다. 갤럭시탭 10.1을 손에 드는 순간 그냥 잘 만든 기계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갤럭시탭 10.1만 보고 만졌으면 모를까 아이패드2와 같이 동시에 비교를 한다면 특별히 선입견을 가지지 않은 대개의 사람들로부터 비관적인 결과를 받아들게 될 것이 틀림 없다고 나는 느꼈다. 그만큼 차이가 났다.

좀 심하게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아이패드2를 만져보고 나서 갤럭시탭 10.1을 만졌을 때는 '더 이상 만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이패드2를 들었을 때, 손에서 놓기 싫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갤럭시탭이 아이패드2에 대적하기 힘들어 보였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이런 부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측면이 있고 애플은 20년도 더 전부터 이런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긴 하다. 어쨌든 기능을 떠나, 한 차원 다른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애플은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아이패드2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 잊을 수 없는 손맛을 본 것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사실 필요성이란 측면에서는 내가 가지고 놀 장난감이라기 보다는 우리 딸아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이란 측면이 훨씬 컸다. 아마도 딸아이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홀렸어도 사지 않았을 것이다. 내 성향상. 난 귀도 두터운 편이고 잡다한 유혹에는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덥잖게 가지고 놀 장난감으로 지불하기에는 만만찮은 가격의 부담이 있다. -.-

이제 말도 팡팡 터지고 글자도 배우고 하는 단계라서 무척 유용할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쓰면서 하는 것이 훨씬 효과도 좋고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뭐 하나 쓰고 그리고 할 때마다 종이 날아다니고, 스케치북 왔다갔다 하고, 연필이며 크레파스 등을 줏으러 다니는 것이 이제 좀 귀찮아 진 탓도 있다. 쩝..

어쨌든 딸아이 덕분에 이차저차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갖고싶던 물건을 사서 들어올 때의 그 흥분된 마음과 박스를 개봉할 때의 그 짜릿한 손맛은 정말 좋다. 아이패드2의 박스 포장은 좀 심플한 느낌이었다. 뭐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다. 박스도 정말 작다. 보다시피 제품 크기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다. 박스 크기만 보면 무슨 MP3플레이어 하나 들어갈 박스 같다.

그나저나 애플 제품의 박스를 까보는 것이 실로 얼마 만인가.. 초창기 아이맥 이후 처음이니 물경 10년 넘은 세월이 흘렀다. 오만가지 상념이 머리를 스쳤다. 망할 줄 알았던 애플이 이렇게 회춘을 하다니, 상전벽해의 감상이라 할까..



안에는 정말 별게 없다. 쓸데없는 스티커(애플은 예전부터 꼭 이렇게 스티커를 배부한다. 물론 애플 신도들이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와 더 쓸데없는 설명서 달랑 두개 뿐이다. 특히 이 설명서.. 정말 기절 초풍할 설명서다. 사실 설명서라고 하기도 뭣한 종이 나부랭이에 불과하다. 헐.. 전혀 도움 안 되고 그냥 형식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애플이 이런 쪽으로는 별로 친절한 스타일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아이패드의 쉬운 작동법, 직관적인 iOS의 운영체제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 제품은 설명서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처럼 정말 내용물은 단출하다. 어떻게 보면 좀 무성의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스에 든 것 중 아이패드 본체 말고 유의미한 부속물이라고는 충전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할 때 사용하는 아답터 뿐이다. 포장과 내용물이 죄다 미니멀리즘의 극단을 보여준달까.. 암튼 간결하다. 그러나.. 애플의 자신감은 알겠는데, 제품을 쓰는 것은 그다지 만만치 않았다. 이 넘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여기 저기 기웃거려야 했던 것이다. 잡스 형, 이거 어떻게 된 거유? -.-  뭐 좀 우스운 얘기지만 앱스토어에서 아이패드 매뉴얼을 다운 받아서 읽어본 후에야 대충 사용법을 익혀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제품에 딸린 버튼의 용도만 달랑 설명해놓은 불친절 설명서라니.. 아무리 그래도 좀 심했다..ㅋㅋ)

사자마자 iOS5로 업그레이드하고 이것 저것 무료 위주로(^ ^) 앱을 깔고 나서 써보니 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묘한 기계인 것은 틀림 없다. 데스크탑 컴퓨터의 안정성과 성능, 노트북 컴퓨터의 휴대성과 성능 그 어느 것에도 대응을 할 수 없는 허접한 기기임에도 아이패드에는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하고 남을 매력이 분명히 있다. 이 요상한 물건이 입력기가 아니라 출력기라는 사실을 명확히 받아들인다면 그 모든 부족함은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기기로 생활형 컴퓨팅에서 요구되는 대부분의 요구를 무리 없이 소화해 준다는 것이다. 페라리를 타고 꼭 시장 보러 가야겠다는 유한부인이 아니라면 매우 만족할 만한 쓸모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무데서나 책을 읽을 수 있고 게임을 할 수 있으며 TV도 볼 수 있고 심지어 누워서 인터넷을 뒤적거릴 수 있다. 좀 웃긴 얘기지만, 잠자리에 들어서 곧장 잠이 들지 않을 때, 누워서 이넘을 끼고 뒤적거리는 맛이 여간 아니다. 이렇게 이쁜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 커버를 제끼면 바로 쓸 수 있고 닫으면 바로 꺼지는 신속함도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다. 내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 부대비용(시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어느정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패드로 책을 읽을 때도 약간이지만 느껴진다. 컴퓨터 모니터로 불편하게 의자에 앉아서 글을 읽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소파든 침대든 편한 자세로 자빠져서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책을 읽는 것은 다소나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나의 매우 늦은 구입 및 사용기를 읽을 분들을 위해 정말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언급하면서 마치려고 한다. 다른 게 아니라 구입 사양에 관한 것이다. 아이패드를 사려고 마음 먹었을 때, 두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양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 뿐 아니라 대개의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다. 그래서 나의 판단 기준을 참고적으로 알려주고 싶다. 물론 '결론은 버킹검'(^ ^)이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알다시피 아이패드는 와이파이 기본형과 3G 버전으로 나뉜다. 그리고 제품 자체에서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와이브로 형으로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약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나도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으면서 돈도 적게 들일까.. 하지만 역시 결론은 버킹검.. 쓰는 용도에 맞추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나의 선택은 16G 기본형이었다.

업무용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밖에서 인터넷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밖에 나갔을 때 인터넷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좋은 것'이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이패드를 사려는 주요한 목적은 딸아이의 장난감 혹은 교육용 어플들을 이용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인터넷이 되느냐 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되면 좋은 것'과 '되어야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딱 잘라서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는데 또 하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 있다면 바로 '약정의 번거로움'이었다. 24개월씩 묶여서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굳이 꼭 필요한 인터넷도 아닌데 초기 비용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노예계약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핸드폰이나 인터넷 고속통신망 계약을 하면서 늘 짜증났던 것이 원인이 되었다. 내가 내 돈 들여서 사는데(약정이 공짜가 아니다. 결국 돈 다 낸다) 왜 남의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인가. 에라, 밖에서 인터넷 안 쓰면 되지.. 뭐 그게 중요한 거라고.

돈 다 주고 구입했을 때 좋은 또 한 가지 장점은, 내 물건이기 때문에 언제든 내가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아이패드를 사려고 했을 때 '시기의 애매함'이 좀 걸렸었다. 좀 있으면 아이패드3가 나온다는데.. 늦어도 봄에는 나올 건데, 지금 사면 손해 아닌가.. 그냥 좀더 참다가 나중에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신제품이 나왔을 때, 약정이 걸려있으면 여러가지로 짜증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 다주고 사면 중고로 팔고 돈 좀더 얹어서 신품을 다시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애플 제품이 좋은 것이, 애플의 신뢰 있는 가격정책이다. 애플은 처음 출시 때의 가격을 끝까지 유지한다. 차기 버전이 나왔을 때 비로소 이전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신품은 기존 제품의 가격대를 거의 유지한다. 내가 신품의 프리미엄 만큼의 가격을 더 지불한다면 내가 그동안 제품을 써왔던 효용과 함께 따졌을 때 별로 불만이 없는 비용의 지출로 더 성능이 좋고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16G 와이파이 기본형 제품으로 선택했다. 2주간 써오고 있는데 전혀 불만이 없다. 우리집의 인터넷이 무선 공유기가 달린 것이라서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바깥에 나갔을 때는 요행히 재수가 좋으면 공짜 와이파이를 쓸 수도 있다. 제법 큰 건물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물론 안 되면 안 하면 그만이고. 책 보면 되고, 게임해도 된다. TV광고에서 배철수 형님이 가르쳐주는.. ^ ^

그리고 용량 문제.. 동영상이나 노래를 안 넣다 보니 아직 11G 남아있다. 예상대로 앱이나 책만으로는 몇 기가 채우지도 못한다. 너무 많이 남아서 곤란할 정도다. -.- 노래를 좀 채울까 고민 중이다. 아니면 이쁜 언니들.. 카라, 소시.. 이런 언니들 뮤비를 좀..ㅋㅋㅋ 암튼, 용량은 사용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만약 용량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동영상 컨텐츠를 많이 써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16G도 매우 여유로울 수 있는 용량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용도에 맞게 구매전략을 짜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꼭 필요로 하는, 그리고 원하는 사양에 맞추면 된다. 물론 비용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면 백만원 가까운 최고 사양으로 그냥 지르면 되고...

나의 쓸데없는 이바구는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안구정화 차원에서, 아이패드를 가지고 노는 우리 딸의 모습을 하나 올리며 허덥스런 글을 끝내려고 한다. (녀석이 아이패드를 넘 좋아한다. 아빠도 뒷전이고.. '어쨌든 석세스'인가.. 끄응~~)